어느 사장님에 대한 이야기가 가끔 회자된다. 그분은 식사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시다고 한다. 또한 식사를 마치자마자 바로 일어나시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그분과 식사를 하게 되면 모두 제대로 식사도 못하고 일어나게 된다. 심지어 뒤의 사람은 아직 식사가 다 나오지도 못한 상황에서 일어나게 된다고 한다. 아마도 그 사장님에게는 매너 혹은 에티켓이 부족하다기보다는 배려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배려는 동등한 위치에 있을 때보다는 조금 더 위에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입장을 고려할 때보다 빛나게 되는 바로 그 마음. 그런 마음에 따른 행동에는 불가피하게 나의 불편함이 따라오게 된다.
중소기업 지원제도와 정책에는 배려의 마음이 반영되어 있고, 배려해 주기를 바라는 의도가 들어 있다. 공공기관도 공사를 맡길 때에, 일괄로 한 기업에 맡기면 보다 편안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중소기업을 위해서 분리발주토록 하고, 직접 구매토록 유도한다. 또한, 특정 제품에 대해서는 아예 중소기업 제품으로만 구매하도록 요구를 한다. 월 1~2회는 편안한 구내식당을 이용하지 말고, 주변의 식당을 이용하도록 강제하며, 복지포인트로 전통시장 상품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등 불편함을 감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내가 이웃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라는 생각을 하면 불편함이 따뜻함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엔 제로페이를 도입해서 소상공인, 전통시장, 자영업자에게 수수료 부담을 확 낮추는 제도를 시행한다고 한다. 관에서 강제화한다고 우려를 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 제로페이는 기존의 결제시스템을 그대도 활용하는 것으로, 소비자는 별도의 시스템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또한 현금결제를 위해 현금을 가지고 다닐 필요도 없다. 그러면서도 소상공인에게는 작은 비용이나마 절감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도 설치에 따른 비용이 거의 없다. 준비만 해 놓으면 되고, 고객의 결제 방식을 다각적으로 활용토록 하기만 하면 될 뿐이다. 고객입장에서는 워낙에 신용카드에 익숙해 있는 상황이기에 새로운 결제 방식이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잠깐의 불편을 감수하면 우리의 이웃이 더 환하게 웃을 수 있지 않을까.
배려(配慮). 한문으로는 짝(配)을 생각하는 것(慮)이 배려이니, 짝에 대한 마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짝, 우리의 이웃, 우리의 동반자를 생각하는 마음. 우리는 배려를 할 때, 또 배려를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이 바로 포용적 성장의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백운만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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