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이 모두 사라진 것 같습니다.”
지난 11일 밤 인천시청 앞에서 만난 50대 대리기사 아저씨가 차에 오르자마자 한탄스레 내뱉는다.
집에서 나온 지 3시간 만에 첫 콜이란다. “시청 부근에서 꼼짝없이 1시간을 서 있었다”며 한 마디 더 보탠다.
“올해는 최저임금인가 뭔가 때문에 모두 어려울 거라더니, 벌써 사람(대리손님) 구경하기 어려운 걸 보니 우리(대리기사)부터 죽으려나 봅니다”
듣고 보니 조금 전까지 2~3시간 동안 앉아 마셨던 주점에도 우리 일행 테이블이 전부였다.
제법 알려진 주점의 ‘불타는 금요일’인데도 말이다.
“연초라 술 드시는 분들이 없나 보죠? 올해는 최저임금도 오른다니 좋아지겠지요” 위로의 말이라고 전했지만, 아저씨는 쓴 미소만 지은 채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경기 체감의 바로미터인 대리기사의 2019년 벽두의 느낌은 ‘불안과 두려움’이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살아남기 어렵다는 최저임금 8천350원의 해가 시작됐다.
임금이 오르고 소비가 늘면서 경기가 살아날지, 임금 인상은커녕 사업장과 일자리가 먼저 사라지는 나락으로 떨어질지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많은 국민이 두려워하는 것은 ‘동그라미 같은 네모세상’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와 세계 7번째로 수출 6천억 달러를 달성한 대한민국.
틀림없는 경제 대국의 국민이지만, 체감도, 보장받지도 못한 채 생계에 위협을 받는다.
월급이 오르고 저녁 있는 삶이 열린다는데, 현실은 취업과 실직 걱정이 앞선다.
경제대국의 국민이라는 자격으로 행복한 동그라미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 법도 싶은데 항상 각진 네모의 언저리에 걸쳐 있다.
2019년 12월31일.
과연 우리는 올 한해를 어떻게 견뎌냈고, 어떤 평가를 하게 될까.
동그라미 같은 네모가 아닌, 진짜 동그라미 세상을 만날 수 있을까.
1970년대 석유 파동,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이겨낸 기억처럼 말이다.
유제홍 인천본사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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