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국민 무서운 줄 모르는 의원 해외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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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군의회 의원들이 해외연수 과정에서 보여준 ‘추태’가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가이드 폭행’, ‘접대부 요청’까지 아주 가관이다. 사고는 군의원들이 치고 부끄러움은 군민의 몫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런 일이 예천군의회만의 특별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연수를 빙자한 전국 방방곡곡에 수두룩하다.

지역민은 가뭄, 태풍, 지진으로 신음 중인 데 나 몰라라 떠난 해외 연수, 연수 중 벌어진 동남아 술 파티, 성매매, 여성 동료의원 성추행, 호텔방 좁다고 싸우거나 화투 치다가 싸워 국제적 망신을 당한 사례에 등에 이르면 할 말을 잃는다.

이런 사태를 바라보면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최전선에서 활약해야 하는 지방의원들이 자기역할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의원으로서 최소한의 자질과 공인의식을 갖고 있는가? 이런 원초적인 질문을 하게 만든다.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직분에 대한 일말의 성찰도, 공무(公務)와 공금(公金)에 대한 어떤 분별도 찾아볼 수 없다.

1995년 전면 민선 자치가 시작된 지도 20년이 훨씬 지났다. 지방자치가 의원들이 무보수 명예직의 대우를 받던 유년기를 지나 의원 유급제가 시행되고 점차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절제와 분별을 잃은 몇몇 지방의원들이 풀뿌리 민주주의 전체를 옭아매어서는 안 된다.

주민들이 낸 세금 단돈 1원도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예산을 감시하고 제대로 써야 할 의원들이 ‘예산 무서운 줄 모르고 나한테는 관대’하면 되겠는가?

예산이 있으니 1년에 한 번은 다녀온다는 ‘주객이 전도된’ 특권의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우리 주위 어떤 곳에서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나랏돈 300만~400만 원씩 들여가며 올해는 유럽, 내년에는 미주, 후년에는 호주, 그다음 해에는 동남아로 해외연수를 보내주는가 말이다. 그것도 내용과 프로그램을 모두 자기들이 짜서 셀프심사하고 보고서는 안 내도 그만…‘놀다와도’ 문제없는 해외연수를 말이다.

의원들의 해외연수. 이제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서 다시 정비할 때가 됐다.

단체로 해외연수를 매년 가는 특권 의식부터 버려야 한다. 해외연수를 간다면 먼저 연수과정을 통해 찾아낼 우리 지역이 필요로 하는 목적과 목표를 뚜렷이 밝히고 공개적인 사전 준비 및 사후 검증을 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여행사에서 짜준 프로그램이 아닌 해외연수 다녀와서 어떤 정책을 우리 지역에 펼칠지 지역 주민에게 보고하는 철저한 연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제 적지 않은 월급도 받으니 놀러 가는 해외연수를 빙자한 여행은 사비로 다녀오자.

하수진 열린사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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