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곽고속도로의 총연장은 128㎞다. 경기도 구간 104㎞, 인천 구간 12㎞다. 전체 91%인 116㎞가 경기ㆍ인천에 속한다. 서울 구간은 9%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도로명은 ‘서울’외곽고속도로다. 경기도의회가 이걸 고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경기’를 넣자는 것이 아니다. ‘수도권’이나 ‘순환’을 쓰자는 것이다. 중립적이고 등가치적인 명명이다. 그런데도 일부 서울시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다. 과연 실현될 가능성이 있을까 싶다. ▶‘서울 없는 서울도로명’은 한 두 곳이 아니다. 성남에 있는 서울 IC, 의왕에 있는 청계 IC, 안산에 있는 서서울 IC, 하남에 있는 동서울 TG가 다 그렇다. 해당 지역의 요구는 오래됐다. 안산시장이 안산 IC로 바꿔달라고 간청했다. 2007년 박주원 시장이다. 성남 국회의원이 성남 IC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8년 신영수 의원이다. 하남시민의 여론조사결과가 청원됐다. 2009년 설문결과다. 하지만, 다 묻혔다. 그 사람들이 다 바뀌었지만 지금도 도로명은 ‘서울’이다. ▶도로공사의 변명은 이렇다. ‘수도 서울의 관문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못 바꾼다’. ‘운전자들의 혼란 때문에 불가하다’. ‘안내지도나 표지판들도 전부 바꿔야 한다’. 궁색한 건 둘째치고 논리도 안 맞는다. 구리 TG는 구리-남양주 TG로 바꿨다. 동서울 만남의 광장은 하남 만남의 광장으로 바꿨다. 혼란 때문에 사고 났다는 얘긴 없다. 5천만 전 국민의 주소를 도로명으로 바꿨다. 지도 몇 장, 표지판 몇 개 바꾸는 예산과 비교도 안 된다. 그래도 필요하니 했다. ▶한양의 남쪽에 있는 성은 남한산성(南漢山城)이다. 한양의 북쪽에 있는 산은 북한산(北漢山)이다. 모든 권력이 왕(王)으로부터 나오던 왕권(王權)시대가 낳은 이름이다. 모든 권력이 국민(國民)으로부터 나오는 민권(民權)시대라면 절대 나올 이름이 아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서울’ 도로명을 부둥켜안고 있다. 모든 도로가 ‘서울로 오는 관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지방자치 이전의 문제다. 국민 주권적 기본 사고에 위배되는 발상이다. ▶길게는 20년, 짧게도 10년을 끌어왔어도 안 됐다.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공론화해야 한다. 찬반 논리를 국민 앞에서 다퉈야 한다. 지역민의 청원이 필요하다. ‘20만명’ 넘으면 청와대가 답해준다고 하지 않나. 법의 심판도 필요하다. 이런 갈등 풀어주는 게 행정소송이다. 결국, 의지의 문제다. 그냥 해보는 소리라면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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