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성’이라고 하면 야한 동영상만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선정성은 비단 야한 영화 등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선정성의 사전상 의미는 어떤 감정이나 욕정을 자극해 일으키는 성질이다. 인간이 갖고 있는 모든 감정이 해당한다고 하겠다. 인간의 희로애락 감정을 극단적으로 자극하는 모든 것에 선정적이라는 표현이 적용된다.
80년대 마광수 교수의 소설은 그 시대의 대중들이 선정성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더 자극적인 영상물 등이 미디어, SNS 등에 홍수처럼 넘쳐 나고 있는 현재에도 선정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른바 선정성 불감시대가 도래했다. 마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 사회 전 분야에서 선정성 경쟁을 하는 듯하다.
유튜브 등 인터넷 개인 방송 제작자들은 구독자를 늘리려고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을 먹는 ‘먹방’을 하고 구독자들은 이에 환호한다. SNS 이용자들은 너도나도 자극적인 영상, 가짜뉴스를 퍼 나른다. 정치인들 또한 이목을 끌기 위해 사회 이슈와 관련 확인하지도 않고 자극적인 독설을 쏟아낸다. 언론 역시 선정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사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자극적인 낚시성 제목 달기에 치중하고 이를 본 독자들은 욕설 댓글로 도배한다.
과거 지탄받던 선정성을 조장하는 행위가 이제는 너무나 당연시 되고 보다 자극적인 것을 위해 경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를 보완해야 할 시스템은 아직까지 구축되지 않았다.
문제는 우리사회에 선정성 경쟁이 과열되는 사이 희생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희생자는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직장인, 소시민 등 누구라도 마녀사냥식 공격에 자유로울 수 없는 실정이다. 사실이 아닌 거짓 정보, 가짜뉴스 때문에 개인 신상이 털리고 욕을 먹지만 사실을 바로 잡았을 땐 이미 그 개인은 만신창이 돼 회복 불가능한 상황이 되기도 한다. 목숨을 버리는 극단적인 행동을 할 정도로 심각한 사건까지 발생하고 있다.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를 당당히 말한다.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선정적인 표현으로 인해 희생자, 피해자가 나오면 문제다. 선정성 불감시대에 보완 시스템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이선호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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