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봉사? 그리고 세상구경

아침 햇살이 부챗살처럼 펼쳐지던 옛날의 하늘을 그리워하며, 그래도 미세먼지 가득한 오늘은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오늘 하루는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딱히 갈 곳을 정하지는 않았어도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나선 오늘도 하루가 짧다. 일주일 계획 속에 나를 위한 시간과 다른 사람들을 위한 시간이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봉사도 있다. 40년 교직생활에서 언제나 나는 최고의 중심에 있었기에 퇴직 후에 접하는 세상은 신기했다. ‘우물 밖의 세상을 눈만 내 놓고 신기하게 구경하던 개구리가 한 발 우물 밖으로 펄쩍 뛰어 나온 개구리 같다’ 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싶다. 아무튼 나왔다. 세상 밖으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내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단체의 장을 수락한 후, 바라보게 된 세상은 참 광활하게 느껴졌다. 덩어리로 묶여 있었던 교실안의 학생들이 아니라, 내게 길러졌던 제자들도 이젠 커다랗고 웅장해, 한 사람 한 사람이 대단하게 보이기도 하고, 각계각층의 생존경쟁 속에서 정말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각각의 희망을 보고 있는 중이다.

지난 가을 시아버님까지 돌아가시고, 세 명의 자식들을 키우며 40여년을 지켜왔던 주방에서 조금은 벗어 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70이 다 된 나이에 온양 현충사 마을에 살고 있는 친구가 배방역 앞에서 만두집을 개업할 거라며 전화가 왔다.

“정말 잘 했어, 그 만두집이라면 잘 될 거야.”

“난 네가 뭐라고 할 줄 알았는데 괜찮겠지?” 걱정 반 염려 반인 친구에게 용기를 주었다.

“퍼 주는 사람들은 절대로 망하지 않아, 너의 넉넉한 인심에 문전성시를 이룰 거야, 잘 했어.”

그 친구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음식이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교육이니, 봉사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나누고, 교육을 나누면 그게 지역사회의 빛이고, 우리들 삶의 희망이 아닐까?

저녁에 있을 평택 애향회 이ㆍ취임식에 참석해 달라는 신임 회장님이 자문위원으로 참석해 주십사는 전화가 몇 번 왔었다. 뻘쭘해서 모든 직책들을 사양했었는데, 젊은 회장님의 정성 지극한 전화에 마음은 이미 승낙을 한 상태였다. 늦지 않게 도착해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나는 여기서 뭘 도와 줘야할까? 뭘 해야 하는 걸까?’ 그 방법을 찾고 알고 싶었는데, 안면이 많은 전임 회장님과 제자들과 목사님과 저녁을 나누면서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마음도 커지고 머리도 넓어지고 뇌구조도 바뀌는 느낌이 든다.

오늘도 짧은 하루였다.

남편에게 저녁은 햇반을 드시라 해, 미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치고 집에 오니 9시 뉴스가 절반쯤 지났다. 내가 퇴직하면 남편과 함께 알차고 멋진 하루하루를 보내기로 했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딱히 한 일도 없는데 하루가 가 버렸다.

인정의 한자녀더갖기운동연합 경기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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