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노인연령 상향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기자페이지

최근 국내 출간된 ‘노인은 없다’는 미국 최고의 노인정신의학 전문의로 꼽히는 마크 아그로닌 박사의 건강하고 희망적인 노년에 대한 안내서다. 아그로닌 박사는 이 책을 통해 “나이 든다는 것은 쇠퇴하는 것이 아닌 성장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때문에 노년을 단순히 쇠락하는 시기로 여겨서는 안 되고, 나이 듦에 아무런 장점이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작가는 나이 듦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야만 노년에 잠재돼있는 ‘엄청난 능력’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능력으로 ‘지혜’, ‘회복탄력성’, ‘창의성’ 등을 꼽았다.

100세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식생활 개선과 의료기술 발달로 평균 기대수명이 100세를 바라보게 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00세 이상 고령자는 3천906명으로 7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65세가 기준인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전체의 14%인 726만 명이다. 1980년 65세 이상 인구(145만 명)에 비해 5배 늘었다. 2025년에는 국민 5명 중 1명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65세가 되면 무료 지하철에 기초연금, 노인돌봄서비스, 장기요양급여 등 여러 가지 복지 혜택을 받는다. 이대로 가면 출산율은 낮은데 노인인구만 늘면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 국가 재정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노인 기준 연령을 만 65세에서 만 70세로 올리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노인 기준을 65세로 잡은 것은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 당시의 기대수명 66.1세를 감안한 것이다. 40년 가까이 지난 올해 기대수명은 82.6세다. 현재의 노인 기준 65세는 시대적 변화에 맞지 않는다. 노인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한다. 얼마 전 서울시가 65세 이상 노인 3천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노인들이 생각하는 노인의 기준 연령’이 72.5세였다. 노인 중 40.1%는 75세 이상이라고 답했다. 노인 연령 상향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문제는 노인 연령 기준을 높이는 것이 기초연금과 장기요양보험 등 복지혜택과 직결돼 있어 노인 빈곤을 막기 위한 충분한 검토와 준비가 필요하다. 노인 기준이 높아지면 60대는 퇴직 후 오랜 기간 연금과 복지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좋은 해결책은 정년 연장과 시니어 일자리 늘리기 등으로 오래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자칫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면 세대 간 갈등을 나을 수도 있다. 노인연령 기준 상향 논의는 필요하되 실버 푸어 등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