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는 누가 갈아야 할까? 과거에는 이것이 당연히 엄마(여성)의 일이었고 그 결과 기저귀 교환대는 주로 여성화장실에만 있었다. 이제까지 남자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가 없다는 것은 의도적으로 남성을 불편하게 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건물을 설계하거나 정책을 시행하는 사람들도 그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기에 앞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의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자녀를 돌보는 것은 여성의 역할 영역에 속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기저귀를 가는 것도 여성의 일이라고 자연스럽게 인식했던 것이고 그래서 여자화장실 중심으로 기저귀교환대를 설치했던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근래에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는 건물을 중심으로 남자화장실에도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되고 있다.
이렇듯 이제는 여성은 돌봄, 남성은 경제활동이라는 이분법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이에 남성의 육아휴직 또한 적은 수이지만 점차 증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남성의 육아휴직자 수는 2001년에 2명에 불과하였으나 2005년 208명, 2010년 819명, 2015년 4천872명, 2016년 7천616명, 2017년 1만2천42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2017년 기준으로 남성의 육아휴직은 여전히 전체 육아휴직자의 13.4%에 불과하다.
10년 전인 2007년의 1.5%에 비하면 비약적인 증가라고 할 수 있으나 육아휴직은 아직도 여성의 영역에 머물러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역시 과거보다는 그 경계가 약해지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가족구성원에 대한 돌봄이 여성의 역할로 구분되는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육아휴직을 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수당이 기존에 받던 급여에 비해서 적어서 생계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 남성의 육아휴직을 보는 부정적인 인식, 향후 조직 내 평가(승진 등)에 대한 불이익 염려 등은 남성 육아휴직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법적으로 육아휴직이 보장되는 공공부문 및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남성의 육아휴직이 증가하고 있기는 하나, 민간부문으로 갈수록, 기업의 규모 및 처우 수준이 낮을수록 남성의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의 육아휴직이 증가한다는 것은 남성의 자녀돌봄과 가족 내 성역할 분담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의 일, 남성의 일을 구분하기보다는 모두가 함께하는 인식과 사회분위기가 조성될 때, 일-가정 양립이 보다 가능해질 것이고 개개인의 삶의 질도 올라갈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개인의 관심 및 노력뿐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정책 방향의 전환 및 지원이 보다 필요하다.
노경혜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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