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후 수원시청으로 들어서는 염태영 수원시장을 로비에서 만났다. 평소 같았다면 반갑게 인사를 했을 터이지만, 염 시장이 어디를 다녀오는 길인지 잘 알고 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모른 척 지나가려 했다. 그런데 염 시장이 “호준기자~”라며 불러 세웠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악수를 나누며 씁쓸한 미소만 건넸다.
염 시장은 청와대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정부가 발표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 사업에서 ‘신분당선 호매실구간 연장사업’이 빠지자 곧장 청와대로 올라가 복기왕 청와대 정무비서관에게 분노하고 있는 수원시민의 성난 민심을 전하고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호소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새해 벽두부터 수원시 여기저기서 탄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25일 정부는 ‘국내 1호 트램 사업’ 대상지로 부산을 선택했다. 부산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수원시는 오랫동안 트램을 준비해온 만큼 더욱 큰 아쉬움이 남아있다. 이러한 아쉬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한 번 정부는 예타 면제 사업에서 신분당선 호매실 연장사업을 제외하면서 수원시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러한 시민들의 분노는 정부는 물론 당연히 수원시의 수장인 염태영 시장을 비롯한 지역 정치인들에게 향하고 있다. 시민들은 지난 9년 동안 한결같이 염태영 시장을 지지해 줬기에 더 큰 아쉬움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수원시민인 필자 역시 많이 실망스럽고 화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자치단체장으로서 청와대에 항의방문하고 돌아오는 염 시장의 모습에서 작은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이곳저곳 걸어다녀 구겨질 대로 구겨진 염 시장의 바지에서,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묻어나는 염 시장의 헝클어진 머리에서 말이다.
‘유지경성’이라는 말이 있다.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2019년 첫 달부터 안타까운 탄성이 여기저기 쏟아지고 있는 수원시지만, 시민들이 한 번 더 간절히 뜻을 모은다면 트램이든 신분당선 연장사업이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또 그 속에서 염 시장이 어떠한 행보를 하는지 지켜보려 한다.
이호준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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