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카이 캐슬’로 인해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이 드라마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는지 아니면 극단적인 한 행태를 과장되게 왜곡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겠지만, 많은 학부모가 정서적 차원에서 드라마에 공감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드라마의 파장은 매우 커서 최근 강남의 입시 코디네이터에 대한 문의 전화가 대폭 증가했다고 한다.
‘SKY 캐슬’이 그리고 있는 소위 상위 0.1%의 특수한 부류의 삶의 행태는 비슷한 소재의 영화 ‘상류사회’처럼 보편적 삶의 모습이 아니다. 그런데 추악한 ‘상류사회’는 그리 공감을 얻지 못한 반면, ‘SKY 캐슬’이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자녀들의 대학 입시에 민감한 학부모들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기 때문일 것이다. 추악하고 공정하지 못한 현실에 분노하면서도 사정만 허락된다면 내 자식을 특별하게 키우고 싶은 학부모의 모순된 열망을 촉발시킨 것은 아닌지…. 박탈감이 강할 경우 불공정하게 보이는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입시 제도를 대폭 줄이고 형평성이 보장된 ‘수학능력시험’을 확대하자는 주장을 펼치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무리를 해서라도 그들처럼 강남의 특수한 사교육 시장으로 무모하게 뛰어 들고 싶어 한다.
‘SKY 캐슬’의 방영으로 ’학종’이 다시 비판받고 있는 까닭은 교사를 믿지 못할 뿐만 아니라 비교과과정 평가에서 고액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는 금수저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 현실에서 벌어지는 행태들을 볼 때 수긍할 만하다. 그렇다고 수능으로 돌아가는 것이 올바른 일일까? 과거에 수능은 많은 학부모의 원성의 대상이었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학생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비판과 함께, 학생들의 적성과 상관없이 줄세우기 한다는 비판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미래는 불안하다. 20세기 후반기 잠시 활짝 열렸던 산업사회의 밝은 문이 순식간에 닫히는 바람에 취업시장은 깜깜한 동굴로 변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수능형 인재는 미래 사회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한국의 학부모는 자신의 자녀를 속칭 ‘SKY 명문대’에 진학시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무릅쓴다. 그러나 이제 명문대학이 자녀의 성공을 보장하는 지름길이 아니다. 오히려 고액의 돈만 낭비하며 아이들을 쓸데없는 고통 속으로 밀어 넣을 뿐이다. 이제는 학생 자신의 적성에 맞게 자유롭게 음악, 예술, 체육 등의 종합적인 교육을 통하여 상상력과 창의력을 계발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대학은 종합적인 능력을 평가하여 학생을 선발하되, 학부모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더욱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의 입시 제도를 확립해 나가야 한다.
김연권 경기대 다문화교육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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