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8일 쇼트트랙 국가대표인 심석희 선수에 대한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의 성폭행 사실이 대한민국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며 국민의 분노를 샀다. 이를 신호탄으로 전 유도선수 신유용씨의 성폭행 폭로 등 체육계 비리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이에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ㆍ의회, 체육계ㆍ교육계는 스포츠 비리의 근절 대책을 경쟁하듯 쏟아내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태의 발단이 ‘성적 지상주의’에 기반을 둔 엘리트 중심 스포츠 시스템의 문제점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에 따라 전반적인 쇄신책을 마련하겠다고 천명했다. 엘리트체육의 근간인 지방자치단체와 체육회 등 관련 단체들도 발빠르게 대처하며 전수조사와 관련자 엄벌 등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았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성적 지상주의와 엘리트 체육 위주의 육성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고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며 합숙 위주, 도제식 훈련방식의 근원적인 쇄신 등을 약속했다.
▶특히, 정부가 내놓은 대책 가운데는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대한체육회(KSOC)와 분리하고, 소년체전을 폐지해 전국체전 고등부에 통합하는 ‘학생체육축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국제대회 입상 우수선수 및 지도자에게 지급하는 경기력향상연금, 병역특례 제도의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전에 볼 수 없었던 이 같은 체육계 전반에 걸친 고강도 쇄신 계획에 대해 체육계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스포츠계의 변화 필요성과 제도의 개선에는 공감하면서도 방법론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성이 있다는 여론이다.
▶먼저 강압적인 훈련과 체벌ㆍ폭력ㆍ성폭력 등은 반드시 사라져야 하지만, 묵묵히 선수를 지도하는 지도자들이 훨씬 많음에도 마치 체육계가 ‘악의 소굴’로 비춰지는 것에 대한 억울함이다. 더불어 일부 잘못된 소수 지도자들의 일탈이 스포츠 기관을 강제 분리하고 체육대회를 통ㆍ폐합 하는 것과 합숙제도의 폐지 등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와 함께 이로 파생될 문제점과 방식의 옳고 그름을 충분히 따져보고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포츠계에 만연된 부정과 비리의 환부는 반드시 도려내야 하고, 암덩어리를 제거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스포츠를 통해 직업을 선택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꿈을 이루려는 길을 막아서는 안된다. 또한 단지 스포츠라는 이유로 음악과 미술, 연예, 과학 등 다른 분야와 차별 받아서도 안될 일이다. 변화와 개혁의 고삐를 더욱 당기되 그 시행에 있어서는 보다 신중하고, 진정 무엇이 대한민국의 체육을 살리는 길인지 고민해야 한다.
황선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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