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의 설 연휴가 끝난 후 국민은 다시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고 있다. 매년 설 연휴는 있지만, 이번 설 연휴의 민심은 남달랐다. 가족, 친지들 모두 모여 덕담보다는 나라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과 함께 김경수 지사, 안희정 전 지사의 법정구속에 따른 집권여당의 공개적 반발과 담당 재판부에 대한 노골적 비난으로 법치주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 24조 원 대 국책사업 예타(예비타당성)조사 면제는 국민의 혈세를 멋대로 사용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수도권/비수도권의 특성을 살리지도 못한 들쑥날쑥 기준의 예타가 과연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총선을 의식한 정치적 퍼포먼스인지 모를 지경이다.
4대강 사업 때는 그토록 난리를 피더니 지금은 같은 길을 밟고 있다. 무안공항도 파리를 날리고 있는데 새만금 공항건설이 웬 말인가. ‘내정남적(내가 하면 정의이고 남이 하면 적폐)’이 따로 없다. 아무리 거창한 명분일지라도 절제해야 독주와 전횡이 사라지거늘, 지금 정부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 권력은 파멸밖에 없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일탈과 손혜원 의원 스캔들과 서영교 의원의 법정청탁, 자기 캠프에서 일했던 사람이라고 공정이 생명인 중앙선관위원에 임명하는 후안무치가 극에 달하고 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으면 그에게 권력을 줘보면 안다’고 링컨은 말했다. 집권 3년차에 들어서니 국민들은 ‘잃은 것은 부강한 국가건설이요, 얻은 것은 작두칼이 난무한 적폐혈전’이라는 씁쓸한 명제를 되씹고 있다.
최근, 20~60대 남녀 5천37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50%에 가까운 사람들이 “자신은 저소득층”이라고 답했다.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3만 달러 시대에 들어갔다곤 하지만 실제로는 체감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지금 한국은 모든 것을 개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사회다.
조선시대보다 더한 명분 과잉의 시대에서 정의, 적폐, 혁신 등 공허한 말들만 난무하고 있다. 집권층이 이념적 고정관념에 집착할수록 나라는 망가지게 되어 있다. ‘소득주도 성장’이란 허황된 경제실험에 나라는 도탄에 빠지고 북한 일변도의 아마추어만도 못한 안보외교전략으로 국가의 안위는 경각에 달려있다.
온갖 위기를 이겨냈던 우리 국민들이지만 이번에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자괴심과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과거를 잘못 읽으니 현재를 잘못 판단하고, 미래를 헛짚게 된다. 이념과잉증이 최대 우방인 미국과 금이 가고 안보의 핵심인 일본과 최악의 갈등국면을 빚고 있다. 안보,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 걸쳐 청와대와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국정전환만이 살길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