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맞아 모처럼 온 가족이 둘러앉았다. 여느 집과 다를 바 없이 직장생활과 결혼, 학교 이야기 등 주제가 오간다. 그러다 경제 분야로 주제가 자연스럽게 옮겨간다. “올해는 매우 어렵다는데 말이야”, “IMF 때보다 더 어려운 거 같아”, ‘갑분싸’ 요즘 말로 분위기가 싸늘해진다. 화목하던 분위기에 일순간 ‘침울한 한국 경제’란 녀석이 찬물을 끼얹는다.
왜 하필 그때여야 했을까? 연휴가 지나 발표가 됐더라면 어땠을까? 통계청의 ‘2018년 12월 산업활동동향’ 말이다. 통계청은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31일 지난해 12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했다. 작년 11월에 이어 12월에도 생산과 투자가 동반 감소했단다. 그러면서 지난 한 해 전(全) 산업 생산 증가율은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낮았다고도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와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7개월 연속으로 함께 하락했다는 핵폭탄도 곁들였다. 두 지표가 이렇게나 장기간 연속 동반 하락한 것은 1970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설을 코앞에 두고 발표된 우리 경제의 낙제점이 적힌 경제 성적표는 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이뿐 아니다. 새해를 맞아 잇따라 발표된 각종 경기지표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의 체감경기와 경기전망지수 역시 역대 최악이다. 수출도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 1월 두 달 연속 감소해 ‘빨간불’이 켜졌다. 우리나라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어떠한가? 국민은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정부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믿고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국민을 위한다는 정책이 국민을 울리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가 좀 솔직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 위기에 빠뜨린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만 깊어질 것이다.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정치적ㆍ이념적 견해를 떠나 우리 모두 올해는 좀 더 솔직해집시다!
권혁준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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