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광화문 광장과 세종대왕 동상

외국을 다녀온 사람들은 파리의 광장이나 로마의 포룸(forum)광장을 배경으로 한 사진을 찍어 자랑스럽게 SNS에 올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광장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agora)에서 찾을 수 있다. 광장이라는 사전적 어원은 ‘공공의 목적을 위하여 여러 갈래의 길이 모일 수 있도록 넓게 만들어 놓은 마당’을 뜻한다. 우리 선조들은 넓은 마당을 이용하여 두레나 사물놀이, 윷놀이, 줄넘기 등을 즐기며 명절을 보내곤 했다.

우리나라에서 광화문광장은 상징적 의미가 부여된다. 지방에 있는 시민들은 서울하면 광화문을 가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웅장하게 서 있는 세종대왕 동상과 이순신 장군 동상에서 자랑스럽게 기념사진을 한 번쯤은 찍고 돌아왔을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광장에 천막으로 꽉 들어찬 모습을 볼 때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외국인들이 관광을 와서 저런 모양을 볼 때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유로운 한국이지만 광화문 광장으로 몰리는 시위대가 격렬하게 시위하는 모습은 꼭 부모님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과 같아 서글퍼지기까지 했다. 어느 분은 광장이 권위적인 공간이냐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바티칸의 산피에트로 광장(Piazza San Pietro)이나 파리 콩코르드 광장(Place de la Concorde)처럼 상징적인 것이 있어야 의미 있게 돌아볼 게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의 글을 만든 세종대왕 동상이 있다고 해서 해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일제시대에 우리의 글과 말을 빼앗겼던 설움을 잊었단 말인가, 걸리적댄다는 이유로, 또한 권위적이라는 명목을 붙여 한쪽으로 밀어낸다면 처음부터 그 자리에 세우지 않았어야 할 것 아닌가, 광장이라는 공간을 시민의 광장으로 자리매김하는 것도 우리들이 할 일이라 생각한다.

한번 만들거나 세우면 몇 해 안가 바꾸거나 허는 문화는 이제는 자제해야 할 것이다. 오래도록 갈 수 있는 견고한 기술과 섬세함이 있어야 될 것이다. 우리의 문화, 우리의 기술로 지은 건축과 조각들의 예술적인 부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아끼고 잘 다루고 오래도록 보고 간직하여 후손들에게 자랑스런 문화를 물려줘야 할 것이다.

송유나 서울사회복지대학원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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