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혐오하는 사회

요즘 우리 사회는 혐오사회라는 느낌이 든다. 2010년대 들어와 이 나라를 ‘헬(hell)조선’이라 부르기 시작한 것을 필두로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남, 김치녀, 맘충, 틀딱 등의 혐오표현을 쉽게 사용한다. 특히 남혐과 여혐이라는 말로 남녀 집단에 대한 적대적 혐오감을 드러내는가 하면, 기성세대와 신세대, 보수계층과 진보계층, 기업 경영계와 노동자, 전(前)정권과 현정권 등 다양한 편 가르기가 노골화되고, 거기에 편견과 부정적 감정을 가미되면서 적대적 혐오태도가 확산되는 느낌이다. 상대편을 배척하면서 내 편의 결속만 도모하는 태도의 확산은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 사회가 혐오감정에 사로잡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 혐오 콘텐츠나 혐오사이트접속자 수의 증가가 이를 반증한다.

모욕과 경멸과 조소를 통해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거나 비판하는 일은 늘 있어왔다. 그러나 건강한 사회에서 그 비판은 풍자문화로 발전한다. 거기에는 상대로 하여금 부끄러움을 느끼게 함으로써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으려는 의도가 들어있다. 그나마 따뜻함과 건강함이 묻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의 혐오적 발언과 행동에는 그러한 건강함과 따뜻함을 찾아보기 어렵다. ‘싫다’는 감정을 적대적으로 분출하다 보니 반성보다 분노가 앞서고, 갈등의 골만 깊어진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혐오가 맹렬히 자라는 배경에는 경쟁과 그로 인한 좌절과 포기가 있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정상적인 경쟁방식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견고한 차별의 벽을 공고히 해왔다. 권력이나 부를 가지지 못하면 차별받을 수밖에 없는 사회, 내가 이기기 위해 비윤리적이고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편을 가르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사회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일단 경쟁에서 뒤처지면 이기기는커녕 경쟁하기도 어려워진다. 결국 바꾸려는 노력은 좌절되고 포기되며, 거기에 분노가 자란다. 삼포세대니 헬(hell)조선이니 하는 표현들이 나온 배경이 그렇다. 차라리 상대방의 가치와 인격을 깎아내리면서 감정적으로나마 상대적 위안을 받는 편이 쉽게 여겨졌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뭉개고 차별하는 방법으로 상대를 이기겠다는 방식은 한쪽에선 좌절감을 초래하고, 다른 한쪽에선 혐오를 키운다. 교정이나 개량 의도는 없이 완전히 깔아뭉개겠다는 배척논리를 기반으로 한 혐오태도는 적대감만 키울 뿐이다. 건강한 미래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고 모든 게 혐오스러워지면서 혐오를 반기는 사회가 확장된다. 그래서 이제는 이 혐오감정을 이용해 돈을 버는 혐오 콘텐츠가 유행한다. 이기기 위해 혐오를 반기는 사회. 자신이 쟁취한 사회가 혐오감으로 가득 찬 사회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이광용 수원여자대학교 기획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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