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판타지 문학의 거장, 어술러 르 귄 저자의 사색이 담긴 에세이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황금가지刊)가 한국에 출간됐다.
휴고 상 5회, 네뷸러 상 6회 등 세계 유수 문학상을 휩쓸고 <어시스의 마법사>로 세계 3대 판타지 소설에 이름을 올린 거장 어슐러 르 귄 작가가 보다 폭넓은 주제로 독자들을 만난다. 책은 지난 2010년부터 5년 동안 저자가 블로그를 통해 남긴 글 40여 편을 담은 생애 마지막 에세이다. 여든을 넘긴 저자의 노년의 삶과 현대의 문학 산업, 그리고 젠더 갈등과 정치적 이슈 등 주요한 이야기를 담았다.
일상에서 발견하고 느낄 수 있는 사사로운 소재부터 사회 주요 이슈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폭넓은 식견과 혜안을 엿볼 수 있는 에세이다. 1장 ‘여든을 넘기며’에서는 저자로서의 고뇌를 담아내는 한편 노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대해 항변한다. 특히 3장에서는 사회적 주요 현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담아냈다. 20세기 후반의 페미니즘, ‘미투’ 운동을 다루기도 하며, 군대의 제복 문화, 종교적 신념 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에서는 최근 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라 수상자가 결정되는 문학 시상식에 대한 비판도 주목할만 하다. 저자는 책에서 “상의 진정한 가치는 작가에게 명예를 주는 데에 있다. 하지만 기업 자본주의의 마케팅으로 혹은 시상자의 정치적 선전 도구로 그 가치가 훼손됐다. 그렇게 상의 권위와 평가가 높아질수록 상의 가치는 더욱 떨어졌다”라며 현대 문학 시상식을 정면 비판키도 했다.
책은 대중과 비평가들로부터 극찬을 이끌어 냈다. 존 스타이벡과의 일화, 미국의 도덕성과 자본주의에 대한 풍자적인 비유, 흥미로운 독자들의 편지와 욕설 문화에 관한 노작가의 세심하고 담백한 유머, 늙음과 삶에 대한 사려 깊은 사색 등 시종일관 예리한 관찰력과 짜임새 있는 문장들을 책을 통해 선보인다.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는 지난 2017년 12월에 출간돼 휴고 상과 PEN/다이아몬스타인-슈필보겔 상을 수상했다.
저자 어슐러 르 귄은 지난해 1월22일 88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값 1만3천 원
허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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