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가해자는 어떻게 피해자로 둔갑하는가?” 에 대한 답이 실려있다…실존의 회색지대 논한 ‘기억 전쟁’

역사 속에서 가해자는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는 공범이 되기도 하는 등 기억과 문헌에 따라 신분이 바뀐다.

지난 1988년에 일본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반딧불의 묘>는 국내 관람객에게 거센 질타를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본토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전쟁 속에서 가난과 궁핍으로 죽어가는 남매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바람에 “전범국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 는 여론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언제 어디서나 역사 날조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가해자의 “나도 피해자였다” 식의 주장이 끊이지 않는 만큼 기억과 문헌을 바탕으로 한 역사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다.

신간 도서 <기억 전쟁> (휴머니스트 刊)은 홀로코스트, 식민주의 제노사이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둘러싸고 어떠한 기억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살피며 기억과 책임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가해자가 어떻게 희생자로 둔갑하는가?’, 선량한 학살자는 있을 수 있는가?’, ‘국적이나 민족을 기준으로 가해자와 희생자를 나누는 것은 정당한가?’ 등 같은 날 선 질문들을 던지며 전후 기억의 문제를 직시한다.

저자인 임지현 서강대 사학과 교수는 역사가로서의 위치가 아닌 기억 연구가로서의 활동을 표방하며 한국과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의 기억 문화를 되돌아보고 민족과 국경에 갇힌 기억을 넘어 전 지구적 기억의 연대로 나아갈 길을 찾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이번 책을 집필했다.

“역사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면, 기억은 죽은 자와 산 자의 대화이다” 라는 그의 말처럼 독자들은 이번 책을 통해 국경을 뛰어넘는 기억, 그리고 산 자의 무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값 1만8천원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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