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지방언론과 FA제도

김규태 정치부 차장 kk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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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지 기자로 살아오면서 참 많은 후배를 만났고, 떠나 보냈다. 사람인지라 조금 더 아쉬웠던 친구도 있었고, 심경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던 친구도 있었지만 떠나는 뒷모습을 보는 그 순간만큼은 모두 아픈 손가락이었다. 당시에는 “사람마다 자신만의 고유한 삶의 로드맵이 있고, 가치관의 우선 순위가 다르니깐 그 선택도 다르겠지”라고 쓴 웃음을 지은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 동네, 특히 경기지역 언론시장에 ‘우스개 소리’로 기자들의 씨가 말라가면서 얘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스포츠, 특히 야구라는 프로 종목에는 ‘FA(free agent)’제도가 있다. FA란 일정기간 자신이 속한 팀에서 활동한 뒤 다른 팀과 자유롭게 계약을 맺어 이적할 수 있는 자유계약선수 또는 그 제도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1999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데,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규정에 따르면 자유계약선수를 영입하려는 구단은 해당 선수가 받은 전년도 연봉의 200% + 보상선수 1명(구단 보호선수 20명을 제외한 1명) 또는 전년도 연봉의 300% 중 하나를 보상해줘야 한다. 결국 자신의 구단이 더 나은 선수를 보강해 ‘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이 제도의 원칙인 셈이다.

▶다시 경기지역 언론으로 화제를 돌리자면, 좁은 취업문으로 중앙지 입사 시험 준비를 하다가 지방지를 선택했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지방지에 도전했던 이들이 일정 기간 경력을 쌓으면 경력기자 채용이라는 미명 하에 중앙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최근 들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여기에 종편시대까지 더해 경기지역 젊은 기자들은 너도나도 서울로, 서울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올챙이가 개구리로 성장하는 과정’에 대한 어떠한 보상도 없으며, 경기지역 언론 환경은 ‘인력난’이라는 고충까지 덤으로 떠안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지방 언론시장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중소기업 인재의 대기업 유출도 유사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제라도 법률 제정 등 법제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지방 자치분권은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지방언론, 지방의 강소ㆍ중견기업 등이 제대로 뿌리내리고 설 수 있을 때 자치분권도, 대한민국의 균형 발전도 꿈 꿀 수 있는 것이다. 지방에 대한 중앙의 ‘FA’는 선택이 아니라 이제는 의무이자, 책무다.

김규태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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