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漢中)은 토지가 비옥했다. 익주(益州)를 차지한 유비에게 유리했다. 조조 진영에는 탈영자가 속출했다. 지키자니 희생이 너무 컸고, 버리자니 옥토가 아까웠다. 이런 때 저녁 식사로 닭국이 바쳐졌다. 닭의 갈비를 보며 조조가 생각에 잠겼다. ‘먹을 데는 없는데, 버리자니 아깝구나’. 때마침 부하 하후돈이 들어와 암호를 청했다. 조조가 ‘계륵(鷄肋)으로 하라’고 명했다. 모두 뜻을 몰라 어리둥절했다. 오직 한 사람만이 조용히 웃었다. ▶지만원씨 관련 영상 중 이런 게 있다. 수년 전 했던 발언이다. 5ㆍ18 북한군 개입의 근거를 설명한다. “눈빛 보십쇼. 몸매 보십쇼. 총을 든 병사 한번 보십쇼. 궁뎅이하고 허리하고 한번 보세요. 저 몸매 한국군 군대에서 나오기 어렵습니다…몽둥이 들고 있는 폼 보세요…북한식 걸음걸이입니다…두 사람이 총을 거꾸로 멨습니다. 북한 사람은 총을 거꾸로 멥니다.” 눈빛으로 적을 구별하나. 거꾸로 총 메면 북한군인가. 논리적이지 않다. ▶과격한 발언도 많다. “나경원 ○○여자 아니에요, 그거.” 5ㆍ18 진상조사위원 선정을 두고 한 욕설이다. 제1야당 원내대표에 대한 모욕이다. 당장에 문제 될 일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말 못한다. 지씨가 무서워서가 아니다. 뒤에 태극기 부대 때문이다. 1년 넘게 ‘광장’에서 단련된 부대다. 보수의 보루임을 자처하는 부대다. 당원으로 수천명을 입당까지시켰다. 판(版)을 흔들 준비를 끝낸 것이다. 하필 그 태극기 부대에 연사가 지씨다. ▶지씨 참석 토론회가 사달이 됐다. 5ㆍ18 폄훼 정국으로 번졌다. 여론은 지씨의 잘못을 말한다. 어렵게 만회한 지지율이 추락한다. 그렇다고 지씨와 단절하지도 못한다. 태극기 부대의 노여움을 살까 봐서다. ‘지만원을 안 끊으면 여론이 날아가고, 지만원을 끊으면 당권이 날아간다.’ 지금 한국당이 빠진 딜레마다. 건강한 보수들이 조언한다. “태극기 부대와 지만원 궤변은 별개다. 결별하라.” 하지만 한국당은 결단하지 못한다. ▶조조의 뜻을 알아챈 건 양수(楊修)다. 부하들에게 짐을 꾸리라고 지시했다. “닭의 갈비뼈는 먹을 만한 데가 없다. 그렇다고 버리기도 아깝다. 공은 돌아가기로 결정하신 것이다.” 조조가 양수를 죽였다. 영특함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과감히 결단했다. 양수의 말대로 철수했다. 그런 조조가 다스린 위는 늘 대국이었다. 유비의 촉, 손권의 오를 압도했다. 천하를 거머쥔 것도 조조였다. 계륵을 처리하는 지도자의 자세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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