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 위즈의 이강철 감독이 스프링캠프 기간 비책으로 꺼내든 ‘유격수 황재균’ 카드를 통해 팀의 포지션별 공격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LA 다저스 산하 마이너팀과의 평가전에서 황재균을 유격수로 선발 기용하며 1ㆍ3일 연습경기에 이어 3경기 연속 새 포지션 가능성을 실험했다.
황재균은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해 2007시즌 유격수로 프로무대에 데뷔한 후 우리 히어로즈로 바뀐 이듬해 입단 동기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에 유격수 자리를 넘겨주며 3루수로 전업했다. 이후 롯데 자이언츠로 옮겨 붙박이 ‘코너 내야수’로 성장한 황재균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거쳐 KT로 둥지를 옮긴 지난해에도 3루 수비를 책임졌다.
하지만 이 감독은 그동안 KT의 약점으로 지적된 유격수 자리에 황재균을 배치하는 승부수를 통해 포지션별 공격력 극대화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 시즌 유격수 자리에서 주전으로 활약한 심우준과 ‘백업’으로 뛴 정현이 번갈아 ‘핫코너’를 책임진 KT는 타율(0.247), 출루율(0.297), 장타율(0.343) 등 팀 공격지표에서 KBO리그 10개팀 중 9위에 그쳤고, 이는 팀 성적 부진의 한 원인이 됐다.
따라서 이 감독은 코칭스태프와의 논의를 통해 마이너스 포지션으로 꼽힌 유격수에 황재균을, 수비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3루에 오태곤 등 타격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배치시켜 팀 타선 전체에 무게감을 더한다는 복안을 마련했다.
아울러 내야 경쟁구도의 변화는 기존 유격수 경쟁을 펼쳤던 심우준, 정현에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 최근 평가전에서 맹타를 휘두르는 심우준은 “내야 포지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격 뿐 아니라 수비, 주루 부분까지 집중해 경기에 임한 덕에 연습경기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혀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다만 내야의 사령관이자 센터라인의 핵심 역할인 유격수 자리는 많은 체력소모와 절대적인 경험이 필요한만큼 나이가 적지 않은데다 10시즌 넘게 유격수 자리를 떠났던 황재균이 시즌 전체를 아우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올 시즌 이강철 감독의 ‘깜짝 카드’ 실험이 불안요소는 줄이고, 기대효과는 높이는 결과로 나타나 KT의 중위권 도약을 이끌 묘안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사다.이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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