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나의 결혼 상대를 정해준다?’
일본의 심각한 저출산, 비혼화 현실을 꼬집는 책 <결혼은 추첨으로>(지금이책刊)가 출간됐다.
소설 속 일본 정부는 저출생 대책으로 미혼 남녀에게 결혼 상대를 배정해주는 파격적인 법안을 내놓는다. 결혼 상대는 추첨 방식을 통해 정한다. 대상은 25세에서 35세까지 이혼 전적과 자녀와 전과가 없는 미혼 남녀로, 본인의 나이에서 아래 위로 5세 범위에서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진행한다. 맞선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2회까지는 거절할 수 있고, 3회까지 모두 거절할 경우 테러박멸대에서 2년간 복무해야 한다.
이 법안의 가결로 온 사회가 들썩들썩하다.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맞선 상대가 정해지고, 상대에 대해서는 나이, 학력, 직업, 가족관계, 취미, 특기밖에 정보가 없다 보니 단 3번뿐인 맞선 과정이 순탄할 리 없고, 무엇보다 출신, 성장 배경, 성격, 가치관, 성 정체성, 다문화가정 등에 따른 다양한 갈등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애초에 정부가 이 법안을 시행한 데에는 세계 평화에 공헌한다는 명목으로 군사력을 증강하고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려는 야심이 숨어 있다.
정부의 의도대로 국민 관심은 추첨결혼에 쏠리게 되며 이야기는 급속히 전개된다. 저자 가키야 미우는 책 <70세 사망법안, 가결>, <노후자금이 없습니다>, <며느리를 그만두는 날>, <서른두 살 여자, 혼자 살만합니다> 등 꾸준히 일본 사회의 문제들을 날카롭게 지적해왔다. 이번 소설은 추첨맞선결혼법이라는 극단적인 설정과 이에 대응하는 젊은 미혼 남녀의 모습을 통해 우리 시대가 공유하는 문제를 당차게 제시한다. 저자 특유의 비판적이면서도 명쾌한 문장과 흥미로운 스토리를 통해 재기 넘치는 서사의 힘을 유감없이 과시한다. 값1만3천800원
허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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