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합계출산율과 보이지 않는 아이들

지난달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출생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래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의 수로 출산력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이다.

유엔인구기금은 ‘2018 세계인구현황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출산율이 오랫동안 낮게 유지된 유럽과 북미의 선진국과 같은 범주에 포함했다.

여기에 포함된 국가들은 비교적 높은 교육과 소득 수준을 보이지만 양질의 보육 서비스의 부족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고서에서도 지적했듯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적정인구의 유지가 필요하다. 우리 정부는 출산율이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제도적 요인들과 영향을 주고받는 만큼 자식을 낳을 수 있는 권리를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더불어 다양한 유급육아휴직, 자녀세액공제, 탄력근무 등 가족친화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보육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의 확대와 불안정한 노동시장 문제를 우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땅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인간답게 살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규정하듯이 아이들은 인종, 출생, 신분 등에 상관없이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하고 어른들은 모든 활동에서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냉엄하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은 2018년 보고서에서 무국적 미등록 아동의 수가 전국적으로 2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통계청의 출생통계는 통계법과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민센터에 신고한 출생 자료를 기초로 작성한 것이기 때문에 체류자격이 없는 부모의 자식들이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출생등록을 하지 못하면 국민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와 같은 의료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고 교육의 기회도 제한받게 된다. 부모들의 자격이 아이들에게 대물림되고 있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의 미래도 중요하지만, 우리와 함께 숨 쉬며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아이들에게도 따스한 손길이 필요하다.

손영태 경인지방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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