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核, 불안한 긴장완화 조치
태평성세 기본은 백성 불안 해소
文정부, 안보 불안 불식에 나서야
용병 172명이 정규군 8만명을 물리친다. 전사자는 한 쪽 0명, 다른 쪽 4천명이다. 스페인-잉카 전쟁이다. 따져 볼 것도 없다. 무기의 차이였다. 스페인은 대포, 화승총, 강철 검, 기병으로 공격했다. 잉카는 흑요석 돌 도끼(마카후이틀), 돌 창, 상어 이빨로 방어했다. 두 문명 간 차이는 4천 년이다. 천연두설, 신(神)영접설은 차라리 설화(說話)에 가깝다. 재미로 갖다 붙인 사족일 수 있다. 어차피 무기 불균형에서 온 역사 속 증명이다.
그 증명은 현대에도 적용된다. 이제 핵(核)이다. 상대 전력을 제로(0)로 만든다. 맞서볼 무기도 오로지 핵이다. 핵을 가진 쪽이 이긴다. 없는 쪽은 진다. 그 핵이 북한엔 있고 남한엔 없다. 김정은 위원장이 했다는 말이 있다. “내 자식들이 평생 핵을 짊어지고 살기를 원치 않는다”. 비핵화의지 표명이라고 반기는 이도 있다. 달리 해석한 이도 많다. “당신 자식들이 평생 핵을 짊어지고 살 수 있다”. 주어 하나로 바뀌는 소름 돋는 문장이다.
‘그 사람들’-문장을 바꿔 듣는-은 불안하다. 남북 대화도 다 아슬아슬하다. 서해 5도를 풀어줬다. 1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다. 군사 분계선도 풀어줬다. 2차 남북정상회회담 이후다. 북한도 똑같이 풀었다고는 한다. 서해 5도도 풀었고, 군사분계선도 풀었다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걸 안 풀었다. 핵무기다. ‘그 사람들’에 비친 남북대화는 그래서 불평등이다. 손해 보는 거래다. 대포는 버려두고 돌도끼만 내려놓자는 꼴이다. 불안한 이유다.
더 한 불안도 생겼다. 키리졸브와 독수리 훈련이 중단됐다. 균형을 맞춰주던 ‘미국 핵’이었다. 그 전략폭격기와 항공모함을 뺀다고 했다. 미국의 결정인데, 한국 정부 입장은 뭘까. 따지기 전에 되짚어 볼 기억이 있다. ‘한미훈련중단’은 한국에서 먼저 불거졌다. 2017년, 대통령 특보가 꺼냈다. “우리도 한미연합훈련 잠정 중단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2년, 이제 현실이 됐다. 스스로 화두를 던져준 셈이다. 더 불안해진 이유다.
김정은 워딩을 바꿔 듣는 것도 민심이다. 있는 그대로 받고 섬겨야 할 소중한 목소리다. 왜곡하려고 안달하면 안 된다. 정치권이 지금 그런 짓을 하고 있다. ‘안보 불안’을 ‘대북 강경론’으로 몰고 간다. 어떻게든 ‘타도 문재인’으로 연결하려 한다. 보수 야당의 짓이다. ‘안보 불안’을 ‘통일 반대론’으로 몰고 간다. 어떻게든 ‘전쟁론자’로 연결하려 한다. 정부 여당의 짓이다. 좌도, 우도 아닌 평범한 민심인데, 그걸 서로 각색하려 억지다.
여당이라도 달라야 한다. 어차피 국정의 주인이다. 예부터 태평성세(太平聖世)를 덕치라 했다. 역사 속 요순(堯舜)시대가 그렇게 불린다. 황하(河)가 범람하지 않았다. 30년 주기 물난리가 없었다. 백성이 불안감에서 해방됐다. 요순 태평성세의 치적이다. 지금 많은 국민이 남북 관계를 우려한다. 국가안보를 걱정한다. 이 불안을 없애 주는 게 통치다. 안보에서의 선(先)양보, 이제 그만 해야 한다. 균형 깨는 선 후퇴, 이제 그만해야 한다.
가짜뉴스를 엿들었다. 젊은 친구들 얘긴데, 대충 이랬다. “휴전선 경계도 풀어줬다. 서해 훈련도 없애줬다. 군인은 외출하게 했다. 그리고 태극기 견장을 달게 했다. 북한군이 잘 조준하라는 흰색 표적이다.” 설명이 필요 없는 거짓이다. 하지만, 그 속의 함의까지 무시할 건 아니다. ‘어쩌다 이런 소리까지 듣게 됐나.’ ‘안보 불신이 이 정도까지 왔나.’ ‘북한보다 멀어진 민심 아닌가.’ ‘혹, 안보불안 여론을 통일반대 논리로 눌러온 결과 아닐까.’
이런데도 여당 중진은 또 말했다. “그러면 전쟁밖에 할 게 없습니다.” 역시나 안보 걱정을 윽박지르며 한 소리다.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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