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같은 인생이라는 말을 한다. 실제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 말에는 삶의 긍정적인 결말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우리는 드라마 같은 삶을 꿈꾼다. 그런데 드라마는 종종 우리의 정상적인 인식을 방해한다. 드라마가 우리의 삶에서 소재를 찾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반영하기는 하지만 사실 드라마는 우리가 원하는 세상만을 향하여 가고 싶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우리가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직업이 있고, 그들을 보호하는 권력도 있고 돈도 있고, 범죄자도 있고 사기꾼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드라마 같은 세상을 방해하기도 하겠지만, 결국은 그 세상을 만들고 보호하며 드라마의 완성을 위해서 움직인다. 그게 현실과 다르다. 거기서 난제(難題)가 발생하는 방식은 현실과 유사하지만 해결되는 방식이 다르다. 주인공의 외모가 특별해서, 능력이 특별해서, 돈이 많아서, 권력이 있어서, 혹은 도움을 받을 수 지인이 있어서 쉽게 해결된다. 그래서 드라마 같은 삶을 누리려는 사람들은 외모와 능력, 돈과 권력, 혹은 그걸 대신하는 인맥을 갖추어야 한다. 사실 정의롭지 못한 방식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그래서 삶에서 성공하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달라진다. 드라마가 세상을 반영하는 것이기에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는 세상에선, 가난하고 힘없고 능력 없는 사람의 삶은 사람들의 관심을 얻을 수 없다. 드라마의 주인공도 될 수도 없고 드라마 같은 세상을 꿈꿀 수도 없다. 세상은 그런 사람들을 루저로 만들어버린다. 결국 드라마 같은 세상을 꿈꿀 수 있는 사람들이 그러한 세상을 만들어간다. 그들이 만드는 세상은 복권 당첨과 같은 우연한 행운을 통하지 않고서는 다가갈 수가 없다. 이게 삶을 더욱 우울하게 한다.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유흥업소 버닝선과 아레나를 둘러싼 사건도 돈과 권력과 인기 연예인과 예쁜 미모의 여자 등 드라마 같은 세상을 욕망하는 사람들이 만든 세상이다. 드라마 같은 풍요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고받으며 그들만의 세상을 확장시켜온 것이다. 그 세상에선 서로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렇게 돌아가는 세상은 우리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도, 우리가 만들고 싶은 세상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회는 그들만이 만드는 게 아니다. 그런 사회를 비난하면서도 자신도 한번쯤 들어가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만든다. 그런 세상을 재미있어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그런 세상을 보여주는 드라마나 사회도 계속 비대해지면서 건강한 우리들의 삶을 계속 흔들어놓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아편 같은 드라마에 현실의 아픔을 위로받을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삶을 꿈꾸고 응원하는 마음, 자신이 그런 삶을 살아가려는 자세가 더욱 필요할 때이다.
이광용 수원여자대학교 교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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