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을 통해 일제의 제국주의와 원폭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을 엿보다…‘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

▲ 드래곤볼 표지-렌더링

‘찾아라 드래곤볼 세상에서 제일 스릴있는 비밀’ 우리나라에서 어린 시절 이 작품을 보지 못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드래곤볼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드래곤볼은 지난 1984년부터 1995년까지 연재되기 시작해 단행본 판매량만 2억 5천만 부를 기록했으며 TV로도 인기를 끌어 현재도 방영 중에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초반부엔 그저 천하제일 무술대회에서 우승을 꿈꾸고 드래곤볼(여의주)을 모아 소원을 이루고 싶은 꼬마 격투가의 이야기를 그려냈다면 중반부부터는 신과 우주를 초월한 강력한 악당들이 등장하는 구도로 넘어가 독자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이 같은 열혈무협작품 속에서 일제의 제국주의와 원폭, 미국을 바라보는 일본인의 인식을 짚어낸 신간 도서 <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아이네아스刊)가 출판돼 우리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공한다.

저자인 유정희와 정은우는 각각 고려대 사학과와 미국 조지타운대 역사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해 동양사학자, 중국 청나라 관계사 전공자로 활동하는 이들이다.

이 책에서는 드래곤볼의 시대적 배경이 제2차 세계대전과 유사하다고 여기며 전후 세대를 손오공과 베지터, 그 이전 세대를 라데츠와 버독 등이 대표한다고 주장한다. 작중 손오공의 아버지인 버독은 우주에서 악명 높은 악당인 프리저를 상대로 결사항전을 벌이다 사망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별이 멸망하게 된다. 저자들은 소형 비행선을 탄 프리저의 모습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휠체어를 타던 모습과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아울러 프리저와의 결사항전에서 별이 멸망한 점, 결사항전 당시 버독이 가미카제를 연상시키는 머리끈을 묶었다는 점, 프리저가 원폭을 연상케하는 장면으로 별을 멸망시킨 점 등을 강조한다. 또 버독 이후 세대인 손오공과 베지터가 프리저에 대한 적개심을 보이면서도 두려움을 안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특히 베지터가 손오공과 비교해 더욱 강한 적개심을 보이고 보다 더 사이어인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점을 설명하며 현재 일본 사회를 주도하는 ‘엘리트 우파’의 성향이 드러난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작중 내내 드러나는 프리저에 대한 공포와 적개심, 그리고 손오공과 손오반 부자가 사이어인의 속성을 지니면서도 결국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점을 통해 일본인이 미국에 갖는 공포심과 열등감, 그리고 근대 일본의 제국주의를 실패한 사상이라고 바라본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지금까지 에네르기파, 원기옥, 초사이어인, 셀 등 각종 기술과 악당들의 특징에만 주목해 왔다면 이제는 각 인물이 대변하는 국가와 사상에 주목해 드래곤볼을 본다면 보다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전망이다. 값 1만3천 원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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