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5년간 희곡에 반평생을 바친 장인의 희곡집 <백년의 침묵>(연극과인간刊)이 출판돼 문학과 연극 애호가들의 관심이 쏠린다.
이번 책을 쓴 작가 김성열씨는 현재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 예술감독을 비롯해 극단 ‘城’의 대표와 연출가를 역임하고 있는 베테랑 예술인이다. 그는 지난 1983년 극단 城을 창단한 후 수백여 번의 공연으로 수원 연극 문화 창달에 힘썼고 1996년에는 수원 城 국제연극제를 창설하는 등 그 공로를 인정받아 경기예술대상, 경기도문화상 등을 수상한 인물이다.
이번 신간도서는 김 작가가 지난 2003년 극단 城 창립 20주년 기념 희곡집 출판 이후 두번째로 출판한 책이다. 총 12개 작품을 실은 이번 책에 수록된 대표작으로 지난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수원화성 장안공원 특설무대, 화서문, 수원시민소극장 등지에서 공연한 ‘정조대왕’을 비롯해 1996년부터 2001년까지 경기도문화예술회관과 일본 도쿄에서 공연한 ‘한중록’ 등이 지목된다.
특히 ‘한중록’은 장헌세자(사도세자)가 광기를 보인 끝에 아버지인 영조의 눈 밖에 나 뒤주에 갇히는 이야기를, ‘천년왕조’에서는 조선 중기 문신 조광조가 3년간 중종과 이념을 교환하고 사림 세력을 구축하며 개혁에 나서다 결국 훈구세력의 견제로 사약을 받아 세상을 떠나는 이야기를, 정조와 순조, 혜경궁 홍씨 등 모든 배역을 여성배우들이 수행한 ‘수렴청정’ 등도 그려내 역사적 의미도 더했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 외에도 미술부 중학생들의 이야기와 추억을 그려낸 ‘빨간염소들의 거리’,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3ㆍ1운동과 손기정 일장기 말소 사건 등을 엮어 그려낸 ‘그러나’, 일제시대 당시 조선만의 연극을 해내고자 고군분투한 배우들의 이야기를 소개한 ‘나는 왕이로소이다’ 등도 있어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는 평이다.
책의 제목이 되는 ‘백년의 침묵’도 지난 2015년 첫 선을 보였으며 지난해 11월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아트홀에서 이틀에 걸쳐 선보인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의 제3회 정기공연이다. 3ㆍ1운동 100주년을 맞아 수원에서 독립운동을 한 김향화, 김노적, 나홍석 등의 이야기를 100년 후 현재를 살아가는 소녀의 시선으로 회상하고 이들의 헌신을 기리는 형태로 선보여 뜻 깊은 의미를 더했다.
김 작가는 “원고지 한 칸도 채우지 못하고 접은 작품도 많지만 어렵사리 쓰기 시작해 무대에 오른 작품들에 대한 애정을 담았다”며 “이번 희곡집 출판의 공을 극단의 음악작업을 맡아 준 유익상 선생과 스승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김태민 군에게 돌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값 2만6천원
권오탁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