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희망적인 결과를 위해

얼마 전까지 각종 매체에서 연일 앞다투어 보도하던 북한과 미국의 일명 ‘살라미 전술’과 ‘벼랑 끝 전술’의 협상을 보면서 문득 예전에 읽었던 책 몇 권을 다시금 꺼내 보았다.

만약 책으로 보았던 협상이 우리 눈앞에서 이뤄진다면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협상과 그에 관련된 기본원칙 등을 바탕으로 이번 정상회담을 보면서 과연 이번 협상의 진정한 가치창출은 무엇인지도 궁금해졌다.

그렇지만 지금도 간간히 보도되는 내용처럼 아직은 결론도출에 이르지 못했고, 결렬이라 표현됐기에 의미와 의견 등은 분분하지만, 그 역시 아직은 다양한 추론에 불과한 것 같다.

협상론에 관한 대표적인 내용으로 로져 피셔(Roger Fisher)와 윌리엄 유리(William Ury)에 의해 제안된 BATNA는 협상에서 한쪽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대안 중 가장 선호하는 최선의 대안이라는 뜻으로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를 줄여 만들어졌다. 다음으로 유보가격(Reservation Price)은 협상의 당사자가 거래를 수용할 수 있는 최저 한계점을 일컬으며 이러한 유보가격은 자신의 BATNA로부터 도출되지만, 충분히 상황에 따른 가변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ZOPA(Zone Of Possible Agreement)는 협상당사자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거래가 발생할 수 있는 영역 또는 범위라고 정의되고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원칙을 가지고 두 당사자가 새로운 무역계약 체결을 위해 협상테이블에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면, 상대방보다는 자신이 원하거나 제시한 거래조건을 지키고자 할 것이며, 한쪽은 높은 가격 그리고 다른 한쪽은 보다 낮은 가격으로 관철시키며 거래를 마무리하고 싶은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제시한 조건과 가격에 이미 만족한다면 그 시간, 그 장소, 그 테이블에 앉아 있을 필요도 없을 것이고, 서로 만나지 않고도 거래는 이뤄질 것이다.

그러므로 그 장소에 함께 앉아있다는 것은 현재 조건에 충분히 만족하지 않으며, 자신에게 유리한 이유와 설득으로 원하는 대가를 얻고자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막상 그러한 협상을 해야 할 상황이 된다면, 상대방에게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것을 반드시 들어주길 기대하며 협상자리에 앉게 될 것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른 상황이 전개되거나 예상과 다른 결과에 직면하더라도 그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협상이라면 자신 만의 두 번째 또는 그 이후의 대안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협상의 원칙에 비춰 보면 북미 정상회담은 지금보다 진전되고 추가적인 새로운 대안들이 제시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협상에서 우리가 직접 선택하고 결정하는 당사자는 아니지만, 지속적인 협상과 만남을 통해 보다 희망적이고 좋은 방향으로 바뀌길 기대해본다.

홍승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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