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학생 다니는 고교로 가해학생 전학 학부모 “어떻게 이런 일이” 불안한 나날
학폭위서 서면사과·교내봉사·사회봉사 등 경징계땐 같은학교 진학 금지 규정 없어
인천지역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A군(17)은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고자 수속을 밟고 있다.
그러나 A군이 가고자 하는 고등학교에는 중학교 3학년 때 A군의 폭력으로 피해를 본 B군이 다니고 있다.
A군이 B군의 학교로 전학을 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B군 부모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어떻게 같은 학교를 같이 다닐 수 있느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B군 부모는 “학교 폭력으로 징계를 받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가해자와 피해자는 상급학교 진학을 원천봉쇄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학교 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상급학교로 진학할 수 있는 현행 학폭법(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놓고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현행 학폭법 시행령 20조 4항을 보면 교육감 또는 교육장은 전학 조치된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는 각각 다른 학교를 배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학이나 퇴학 조치 외 서면사과, 교내봉사, 사회봉사 등의 징계를 받으면 가해자가 피해자와 같은 학교에 다녀도 막을 수 있는 규정은 없다.
학폭위 징계는 1단계 서면사과부터 9단계 퇴학으로 구분되는데 8단계(전학)~9단계 이상의 징계를 받지 않으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상급학교에 함께 진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피해자 측이 학교에 학급교체 등 보호조치를 요청할 수 있지만, 같은 학교 진학을 막을 수 있는 규정은 없다”며 “A군 같은 사례가 종종 있는데 현행 법상 피해자와 가벼운 징계를 받은 가해자의 상급학교를 분리하는 게 의무는 아니다”고 했다.
교육전문가들은 현행 학폭법 개선에 동의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교육 현장에서 열리는 학폭위 내면을 보면 본래 취지와 달리 일부는 가해자라고 해도 조금 억울하다고 볼만한 것도 있고, 위원회 구성 등에서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가벼운 사안 이상의 사건은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해 전문성과 신뢰성을 높인다는 학폭법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안을 통해 학폭위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높인 다음에 상급학교 진학과 관련한 세부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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