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문학교육 계간지 ‘쓰고쓰게’ 창간

‘창작과 문학교육 계간지’를 표방한 <쓰고쓰게>가 창간했다.

책은 스스로 작품을 쓰고, 학생들에게 창의적인 글쓰기를 가르치겠다는 교사들이 모여 만들었다.

1970~80년대 학교 문예반은 지적 호기심이 넘치고 감수성이 뛰어난 청소년들의 집결지였다. 문예반이 없는 고등학교는 없었다.

지금 한국사회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많은 이들이 스스로 읽고 쓰는 문예반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내며 인간과 세상을 배웠다. 한국문학을 대표하고 있는 작가들 대부분이 문예반에서 문학의 꿈을 키운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지난 10년 사이 학교 문예반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서울 시내 120개 학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문예반이 남아 있는 학교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출판도시활판인쇄박물관과 독서와창작연구소가 조사한 결과다.

아이러니하게도 읽고 쓰는 것을 강조하는 교과 개편이 진행되는 동안 전방위적 읽기 쓰기를 하던 문예반은 모두 사라지고 대학 입시를 위한 독서동아리만 남은 것이다.

깊이 있는 독서와 창의적 글쓰기를 가르칠 수 있는 교사의 부재도 문예반 멸종의 빼놓을 수 없는 원인 중 하나다. 20년간 교사로 일했던 소설가 현기영은 “교사 임용고사가 고시공부처럼 되다 보니 교사가 되려면 문학에 빠져들 여유를 가질 수가 없다”면서 “자연히 학교에서 글쓰기를 제대로 가르치고 문예반을 지도할 만한 교사가 희귀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이 직접 기획한 책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책은 교사들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쓴 글을 함께 읽으며 문학의 가치와 재미를 공유하는 통로를 넓혀갈 계획이다. 아울러 학교 문예반 되살리기 운동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지난 1일 발간된 창간호에는 박현수(보성고)를 비롯한 교사 4명의 소설과 송경영(동작중)을 비롯한 교사 4명의 시, 윤동희(독서와창작학교) 교사의 체험형 창작교육 사례, 이선영(잠동초)의 생생한 학교 현장 이야기 등이 실렸다.

창간호 실린 송경영 교사가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하고 출판도시활판인쇄박물관이 주관한 ‘책마을 창작학교’ 연수에 참여하면서 썼던 시는 창작에 대한 문학교사들의 갈증과 잠재된 문학역량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쓰고쓰게의 운영위원장 최승애(진관고) 교장은 “쓰고쓰게가 문예반을 되살리고 창작교육을 확산시키는 통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올해부터 되살아난 문예반을 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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