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에 쌓여 어디론가 길을 나서고 싶은 계절이다. 필자는 용인 기흥 상갈동에 흡사 그랜드 피아노처럼 지어진 백남준 아트센터로 발길을 옮겼다. 도착해보니 예술에 비디오를 접목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백남준의 실험이 돋보이는 ‘백남준 미디어 n 미데아’ 전시가 눈에 들어온다.
전시는 활동 당시 시대상황을 예리하게 표현했을 뿐 아니라 미디어 기술에 예술적 접목으로 미래시대를 구성하고 삶을 그렸던, 백남준의 예술세계가 던지는 예술적 지향점을 탐구한다.
전시에서 가장 먼저 선보이는 ‘닉슨 TV’는 텔레비전이란 미디어를 서로 간 소통수단으로 이해를 도모하는 미래 신기술로 분석했다.
화면 위에 설치된 원형 코일에 전류가 흐르면 브라운관 속 닉슨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TV이미지가 젊음과 노화를 표현하고 이를 통해 미디어 활용에 서툴렀던 닉슨이 낙선하고 나아가 미디어의 영향력이 대통령도 바꾼다는 미래적 영감을 전해준다.
24대의 모니터로 구성된 ‘TV 시계’는 각각 기울기가 다른 선을 보여주며 시간을 표현하고 시간을 시각화한다. 이 작품은 하루라는 시간이 흘러가는 느낌을 차분하게 전달하고 그 속에서 일상의 삶을 고요한 명상 속에 잠기게 한다.
‘위대한 독재자’, ‘모던타임즈’, ‘황금광 시대’ 등의 영화를 통해 물질만능시대에 인간성 회복이라는 주제를 계속해서 제기했던 찰리 채플린은 ‘모던 타임즈’로 자본주의와 기계문명 속에서 자리를 잃어가는 인간성을 자신만의 독특한 서정성과 유머로 비판했다.
동시대 풍자의 상징이었던 찰리 채플린의 시대정신과 백남준 역시 동시대 인간화된 기술, 기술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했던 부분에 맥락을 놓고 본다면 모니터와 라디오 케이스, 전구, 비디오를 주재료로 만들어진 로봇 채플린은 백남준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전 지구적 흥겨움’이라는 제목으로도 알 수 있듯이 ‘글로벌 그루브’는 세계 각지의 춤과 음악을 이어붙인 백남준 선생의 대표작이다. 지구 위에 존재하는 모든 TV채널도 쉽게 돌려볼 수 있고 채널은 전화번호부처럼 두꺼워질 것이라 했다.
나바호족 인디언 여성의 북소리에 로큰롤이, 우리나라의 부채춤에는 탭댄스가, ‘월광소나타’와 슈톡하우젠의 전자음악이 부딪치며, 이어지며 그리고 서로 간 대등하게 공존한다.
백남준 선생이 보여준 창조적인 비디오아트와 형식에 구애없는 퍼포먼스는 아직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적지않다. 그래도 백남준 선생을 이해한 부분은 이해한 대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그대로 즐겁다. 화면의 불빛이 켜졌다 꺼졌다 하는 백남준 아트센터에서 천재 백남준의 창조적 빛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껴보자!
김봉균 경기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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