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푸토바, 슬로바키아 정경유착 고리 끊을까

카푸토바. 연합뉴스
카푸토바. 연합뉴스

슬로바키아에서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다.

30일(현지시간) 치른 대선 결선투표에서 개표율 64%를 기록 중인 가운데 진보정당 ‘진보적 슬로바키아’ 소속의 주사나 카푸토바(45) 후보가 58.4%를 득표해 41.6%에 그친 연립정부 여당 사회민주당(Smer-SD)의 마로스 세프쇼비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특히 표차가 벌어지자 세프쇼비치 후보는 카푸토바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패배를 인정하고 승리를 축하했다고 밝혔다.

‘진보적 슬로바키아’는 의석이 없는 원외 정당인데다 카푸토바 역시 정치 경험이나 공직 경력이 없는 정치 신인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선 결과는 여당의 완패라는 분석도 나온다.

슬로바키아는 지난해 2월 탐사보도 전문기자 잔 쿠치악 피살사건 이후 정경 유착 척결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집회가 계속됐다.

쿠치악은 슬로바키아 정치인들과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의 유착 관계를 취재하고 기사를 준비하던 중 집에서 연인과 함께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마피아와 연루된 의혹을 받는 인사 중에는 로베르토 피초 전 총리의 측근들도 포함돼 있었다. 피초 전 총리는 쿠치악 피살사건의 후폭풍 속에 총리직에서 내려왔지만, 사회민주당 당수직을 그대로 유지해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는 검찰 2인자인 차장검사가 쿠치악 살해의 배후로 지목된 기업인과 수백건의 문자를 주고받은 정황이 드러나 사퇴하는 일도 있었다.

카푸토바는 선거 운동 기간 “악에 맞서야 한다”며 부패한 기성 정치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끌어냈다.

과거 카푸토바는 환경운동가로서 14년간 고향 마을 페지노크에서 불법 폐기물 매립 문제와 싸워 대법원으로부터 매립 불허 판결을 받아내며 2016년 환경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골드만 환경상’을 받기도 했다.

카푸토바의 당선은 유럽에서 난민 문제를 앞세운 극우, 우파 정당들이 줄줄이 선거에서 이기는 상황에 제동을 걸었다는 의미도 있다.

슬로바키아 선거관리위원회는 현지 시간 31일 정오 공식 투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은 6월 15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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