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기초학력 미달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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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 1986년부터 학업 성취도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평가 결과는 ‘보통 학력’(100점 만점에 50점 이상), ‘기초학력’(20~50점), ‘기초학력 미달’(20점 미만) 등으로 나눈다. 기초학력 미달은 학교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인데 해마다 이 범주에 속한 학생이 늘고 있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2012년 2.6%, 2013년 3.4%, 2014년 3.9%, 2015년 3.9%, 2016년 4.1%를 기록했다.

특히 심각한 과목은 수학이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모두 수학 낙제생이 10%를 넘었다. 교육부가 지난해 6월 전국의 중3, 고2 학생 가운데 3%(2만6천255명)를 대상으로 학력 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중3은 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국어 4.4%, 수학 11.1%, 영어 5.3%였다. 고2는 국어 3.4%, 수학 10.4%, 영어 6.2%로 나타났다. 수학의 경우 중고교생 10명 중 1명이 기본 교육과정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가 며칠전 발표한 ‘2018년 국가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 내용이다.

교육부는 “토론, 프로젝트 같은 혁신적인 수업에 익숙해 지필평가에 익숙하지 않은 탓” “전수평가와 표집평가를 비교하기 어렵다” 등으로 변명했다. 하지만 평가 도구가 달라져도 결과는 다르지 않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도 우리나라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읽기·수학·과학 모두 처음으로 10%를 넘었다.

교육부가 학력 저하의 근본 원인을 제쳐두고 ‘시험 방식’을 탓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많은 교육전문가들은 2014년부터 입시경쟁 위주 교육을 지양하는 진보교육감 시대가 열리며 기존 지식 중심의 학력을 경시하고 기초적인 쓰기와 읽기, 계산 가르치기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초등학교부터 자유학기제가 실시되는 중1까지 숙제도 시험도 없는 학교를 다닌 중학생의 학력 저하가 두드러지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학력 미달 학생이 늘자 교육부는 ‘모든 학생에 대한 기초학력 진단 의무화’ 방침을 꺼냈다. 현재 일부 학교가 초3~중3 대상으로 매 학기 초 기초학력 진단 평가를 시행하는데, 이를 초1~고2까지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10% 이상이라는 것은 학교 교육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뜻이다. 기초학력이 붕괴하는데, 이를 정확하게 진단해 대책을 세워야지 평가방식만 바꾸는 것은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기초학력 저하 원인부터 철저히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 낙오되는 학생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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