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모 의료생협 이사장인 A씨는 2012년 3월 인천시 남동구 한 건물에 ‘사무장 병원’인 요양병원을 설립했다. 그리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 명목으로 보험금을 청구해 2016년 12월까지 58회에 걸쳐 53억7천여만원의 보험금을 챙겼다. A씨는 보건소 5급 공무원인 B씨와 공모했다. A씨는 허위로 서류를 꾸며 생협을 설립해 병원을 차렸고, B씨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감시해야 할 담당 공무원이면서 요양병원 개설 및 운영에 가담했다. 인천지법은 지난 2월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5년과 4년을 선고했다.
의사나 의료법인 명의를 빌려 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 병원’과 ‘면대약국(면허대여 약국)’ 등에 흘러간 건강보험 재정이 지난해 6천489억9천만원이나 된다. 2005년(5억5천만원)보다 무려 1천180배 늘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사무장 의원은 환자 1명당 평균 외래진료비가 34만8천원으로 일반 의원(12만5천원)의 2배를 훨씬 넘고, 환자 1명당 입원 일수도 15.6일로 일반 의원의 8.6일과 차이가 크다. 반면 사무장 병원의 시설과 인력은 허술하다. 돈 되는 일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병상 수는 확대하면서 의료인은 최소한만 고용하고 불법 건축, 소방시설 미비 등 환자 관리와 안전사고 예방에는 소홀해 밀양 세종병원 화재같은 대형 인명피해를 낳았다.
일반인이 의사를 고용하거나 명의를 빌려 병ㆍ의원을 개설하는 것은 불법이다. 당연히 건보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 그런데도 눈속임으로 병ㆍ의원을 개설, 과잉 진료를 하고 보험금을 청구해 이득을 취하고 있다. 심지어 영업사원을 고용해 가짜 환자를 모집하고 실제 하지않은 진료와 수술비를 청구하기도 한다.
사무장 병원은 보건의료질서를 파괴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크게 축내고 국민건강을 침해하지만 근절이 쉽지 않다. 투자자인 사무장과 대리 원장인 의사의 은밀한 이면 계약에 따라 운영되는 사례가 많아 겉으로 일반 병원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의사는 면허를 빌려주고 월 수백만원을 챙기고, 사무장은 건보 재정을 통해 수익을 올리면서 철저하게 ‘공생’ 한다. 비리 수법도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면허를 빌린 사무장과 이를 빌려 준 의료인에 대한 처벌이 미미하다보니 악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데 동조하며 의사 윤리를 저버린 의사는 면허를 박탈하는 등 강력 처벌해야 한다. 불법 영리추구에 몰두하는 사무장도 부당이득 환수 수준을 넘어 징벌적 벌금을 물리고 엄벌해야 한다. 당국은 국민 건강보험료가 더이상 줄줄 새지 않게 불법행위를 차단하는 등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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