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상대방의 입장에서

여기 두 회사가 있다. 한 회사의 대표는 항상 ‘어떻게 하면 이익을 많이 남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그 회사의 직원들은 ‘어떻게 하면 더 받을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또 다른 회사는 반대로 직원들은 ‘어떻게 하면 우리 회사가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대표는 ‘어떻게 하면 직원들에게 더 많이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두 회사 중 어떤 회사가 더 경쟁력이 있을까?

얼마 전 화성에 소재한 C업체의 대표를 만났을 때의 이야기다. 비교적 젊은 나이였던 그 대표는 그래도 창업 전에 약 16년간의 직장생활을 했다고 한다. 흔히들 직원들에게 ‘경영자의 마인드로 일을 하라’고 말을 하는데, 그분은 정말 그렇게 일을 처리하다보니 승진도 고속으로 해왔다고 한다. 이후 그분을 믿어주는 동료들과 함께 창업을 했다. 창업을 해서 대표가 되어보니 이제는 직원이었을 때의 상황과 느낌이 떠올랐다. 일단 애들을 키우면서 부부의 시간을 갖기가 너무 어려웠던 기억이 생생했다. 주말에도 하루종일 육아에 시달려서 알콩달콩 지내지 못한 아쉬움이 컸던 것이다. 그래서 만든 것이 ‘부부의 날’. 매월 첫째 금요일에는 부부가 점심도 같이 먹고, 데이트도 할 수 있도록 공식 휴일로 잡은 것이다.

2018년에는 대졸 초봉을 4천만 원으로 정했다. 초봉을 그렇게 인상하다보니, 전체적으로 인건비가 전년도 대비 160% 이상 소요되었다. 대표는 “이익이 나서 급여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일단 먼저 올리겠다. 우리 회사가 이익을 못내면 우리는 망한다. 이제 여러분들이 책임지고 회사를 살려달라”고 요청했고, 직원들은 화답했다. 작년 어려운 여건하에서 매출이 전년대비 2배 이상 신장한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몇몇 기업인들과 나누었더니 고개를 갸우뚱하신다. ‘그게 가능한가?’ 라는 표현이다. ‘초기단계니까 가능하다.‘, ’규모가 작아야 가능하다.‘, ’매출이 작을 때는 된다.’ 등 다양한 해석을 붙여주시기도 했다. 그러나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단 한가지다. 역지사지(易地思之). 기업에서는 직원들에게 대표자의 마음으로 일을 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기업인들은 직원들의 마음으로 그들을 대우하고 있을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그러나 사공 모두가 하나의 뜻으로 마음을 합하면 그 어떤 폭풍우가 두렵겠는가? 서로의 마음을 서로가 헤아려줄 수 있는 마음. 우리를 위해 기업이 살아야 한다는 그 마음이 합쳐지면,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해 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래서, 이러한 기업이 더더욱 성장하기를 응원해본다.

백운만 경기지방 중소벤처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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