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생활 속 제안을 활성화하자

생활하다 보면 느끼는 불편들. 대부분 보행자용 신호등은 시간을 표시해주거나 깜빡거림으로 보행자에게 건널지 말지를 판단하게 해준다. 그런데 차량용 신호등은 짧게 황색등으로 바뀐 후 바로 적색등으로 전환된다. 운전자는 신호등이 바뀌는 순간을 알 수 없어 교차로를 지날 때 속도를 더 높이거나 갑자기 서행함으로써 교통사고를 유발하거나 신호위반으로 범칙금을 납부하기도 한다. 보행자용 신호등처럼 차량용 신호등도 남은 시간을 표시해 주면 교차로에서의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운전자로 하여금 신호 전환 시간을 예측할 수 있어 안전운전 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활 속의 환경문제도 생각해보자. 필요하지 않은 영수증을 꼭 인쇄해야 할까? 식당이나 마트, 택시, 어디서든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면 영수증을 발급받는데, 대부분 받자마자 쓰레기통에 버린다. 판매자(사업자)도 영수증을 출력해 소비자에게 주는데 받지 않으면 바로 버린다. 심지어 판매자는 소비자에게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찢어서 버리라는 친절한 안내까지 해준다. 버릴 것이 뻔한데 왜 인쇄하는가? 불필요한 영수증인쇄는 낭비다. “공금을 사용하거나 특별히 입증을 위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결제금액만 확인하면 된다.

정부나 사회단체 등에서 교육이나 행사를 진행할 때 현수막을 만들어 게시한다. 대부분 행사에 대한 안내와 증빙을 위해 현수막을 제작하고,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는 하루 사용하고 바로 폐기한다. 기관 및 단체마다 1년에 제작하는 현수막이 많게는 수십개에 이른다. 과연 현수막이 반드시 필요한가? 장소에 따라서는 전자게시판을 활용할 수도 있고, 매년 반복적인 행사라면 날짜만 바꿔 재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보여주기 위해, 행사 증빙을 위해 만들어지고 버려지는 현수막은 예산 낭비다. 정부에서 민간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사업 증빙자료로 현수막을 요구하는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

명절 때마다 느끼는 문제지만 성묘를 갈 때 조화를 사들고 간다. 다음 성묘 때 조화를 바꾸면 원래 있던 조화는 환경쓰레기가 될 뿐이다. 1년에 4~5회 성묘를 할 텐데 환경보호를 위해 성묘문화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닐까?

이 밖에도 ‘길거리 쓰레기통 설치’, ‘대중교통에서 백팩 앞으로 메기 방송 필요’, ‘절반크기 밥공기 확대’, ‘은퇴자 금연지도원 활용’ ‘할부거래 청약철회 행사방법 개선’ 등 생활 속의 불편함이나 개선의견을 수없이 제안해왔다. 아쉽게도 채택된 것은 아직 없지만 생활 속의 불편함이나 개선의견에 대해 끊임없이 제안할 생각이다. 거창한 정책이나 제도가 아니더라도 생활 속에서 작지만 가치 있는 제안을 통해 삶의 만족도가 개선된다는 것만으로도 보람있는 일일 것이다.

손철옥 수원녹색소비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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