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할리(한국명 하일)가 체포됐다. 9일 새벽 4시 10분께 서울의 한 주차장에서 잡혔다. 혐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최근 자택에서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카메라 앞에 선 그가 “죄송하다. 마음이 무겁다”고 사과했다. 자택에서는 주사기도 발견됐다. 확정된 내용은 수사와 재판을 해야 나올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인정하는 만큼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의혹은 사실로 보인다. ▶대한민국 귀화 연예인이다. 미국 유타주에서 출생했다. 17살이던 1979년 한국과 연을 맺었다. 몰몬교를 전파하는 선교활동이었다. 몰몬교의 종교 윤리는 상당히 엄격하다. 술이나 담배는 물론 카페인이 섞인 음료도 금기시한다. 1997년 귀화 이후는 주로 방송인으로 활동했다. 시청자에 보여진 그의 모습도 상당히 보수적이다. 간통법 폐지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도 했다. 대마초를 합법화한 미국 일부 지역을 비난하기도 했다. ▶교육적 활동도 많이 했다. 예능 프로그램에 자녀와 함께 출연해 가족애를 보였다. 현재는 광주와 전주외국인학교 이사장을 맡고 있다. ‘세 아들의 교육을 위해 외국인 학교를 설립하게 됐다’고 설립 이유를 밝혔다. 이런 이미지 때문에 맡았던 강연활동도 많다. 특히 ‘다문화 DNA, 미래를 열다’라는 제목의 교양강연이 기억에 남는다. 늘어나는 다문화 가정과 우리 사회의 조화를 강조하는 그만의 살아 있는 체험담이었다. ▶귀화 방송인이 특별히 낯설 건 없다. 이다도시(한국명 서혜나ㆍ프랑스)도 ‘수다쟁이 아줌마’로 통한다. 베르나르트 크반트(한국명 이참ㆍ독일)는 관광공사 사장까지 역임했다. 그런데도 할리만이 갖는 특징은 있다. 가장 한국적이며 친근한 아저씨였다. 무엇보다 거침없이 쏟아내는 사투리가 푸근했다. 부산에 거주하면서 하숙집 아주머니로부터 배웠다는 경상도 사투리다. 이 사투리가 인연이 된 CF 유행어가 있다. “한 뚝배기 하실래예~”. ▶과거, 미즈노라는 일본인이 있었다. 한국에 거주하면 많은 방송 활동을 했다. 언론은 그를 친한파 학자라고 불렀다. 그랬던 그가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돌변했다. 한국에 대해 극한 혐오 발언들을 쏟아냈다. 많은 한국인이 분노했다. 아마도 방송에서의 친근함이 준 배신감이었을 게다. 로버트 할리의 체포를 보는 시각도 그때와 비슷하다. ‘가장 한국적’이라던 귀화인이 저지른 ‘가장 비(非)한국적’ 범죄라서 느끼는 배신감이 더 큰 듯 하다. 김종구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