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후쿠시마 수산물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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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서 원자로 폭발사고가 있었다. 세계 최대 방사능 참사로 수천명이 사망하고 수십만명이 암 발병, 기형아 출산 등 각종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일부 지역에서도 낙진이 검출됐다. 사고 발생 33년이 됐지만 체르노빌의 방사능 피해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사고 당시 방사능 낙진에 노출된 어린이들의 발암 위험성을 추적 조사한 결과 피폭량이 많을수록 암에 걸릴 위험이 높고, 수십년이 지난 후에도 발암 위험이 낮아지지 않았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방사성 물질은 눈에 보이지 않고 냄새로도 구분되지 않는다. 사람을 통해, 또는 바람과 물을 타고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수 있다. 때문에 방사성 물질 피해가 언제까지, 얼마만큼 확산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우리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대량 유출 사태를 우려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2013년 9월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인근 8개 현에서 잡힌 28개 어종 수산물에 대해 수입 금지조치를 내렸다. 방사능 오염 논란이 있는 수산물을 밥상에 오르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 내에서도 후쿠시마 인근 수산물 신뢰도가 높지 않으니 당연한 조치다. 게다가 사고 직후 몇 차례 바다로 흘려보내고도 100만 톤이상 남은 원전 오염수 처리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후쿠시마 등 일본 8개 현의 수산물을 수입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 미국, 중국 등 22개 나라다. 그런데도 일본은 우리나라만 찍어서 수입금지 조치가 부당하다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WTO는 지난해 2월 1심에서 일본 손을 들어줬다. 우리 정부는 상소했고, 분쟁대응팀이 적극 대응해 이번엔 승소했다. WTO 상소기구는 지난 11일 한국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가 타당하다고 판정했다. 무역분쟁의 최종심 격인 상소기구는 “한국의 조치들이 일본산 식품에 대한 자의적 차별에 해당하지 않으며 과도한 무역제한도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명태ㆍ고등어 등 후쿠시마 원전 인근 수산물 수입이 앞으로도 전면 금지된다. 정부는 일본산 모든 수입식품에서 방사능이 미량이라도 확인되면 검사증명서를 계속 요구할 방침이다. 그동안 일본산 식품에서 방사능이 검출돼 통관이 거부되는 사례가 많았다.

정부가 쉽지 않은 싸움에서 총력을 다해 대응해 우리 국민 식탁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방심하면 안된다. 이번 소송을 검역주권을 공고히 하고 수입식품 안전성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일본은 항상 우리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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