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그날’이다. 인천에서 제주로 가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승객 304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난 날, 바로 오늘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흐릿해져 가겠지만, 또 다른 많은 사람들 기억 속에선 아직도 생생하고 또렷하다. 기억하자고, 잊어선 안된다고 행동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
그날 세월호에 타고있던 안산 단원고 2학년생 장애진씨는 올해 동남대 응급구조과를 졸업했다. 원래 장래희망은 유치원 교사였으나 세월호 사고로 친구들을 잃은 후 꿈이 바뀌었다. 지난해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딴 그녀는 소방공무원이 돼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고 한다. 그녀는 지난 주말 ‘세월호 5주기 기억문화제’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노란 리본을 나눠줬다.
영화 ‘생일’은 2014년 4월16일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참사 이후 남겨진 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힘겹게 일상을 버텨내고 있는 가족 이야기, 이종언 감독은 그날 이후 삶이 뒤틀린 한 가족의 상처를 통해 관객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참사를 기억하고 아픔을 공감토록 하고 있다. 영화는 지난 8일부터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예술인들은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념전 ‘바다는 가라앉지 않는다’를 기획했다. 37팀(명) 예술가가 참여해 안산문화예술의전당과 서울 5개 전시장에서 열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 어머니들의 모습을 그린 흑표범의 ‘Drawing of the MOTHERS’, 송상희 영상 ‘신발들’, 성남훈 사진 ‘어서 돌아오렴 사랑한다_팽목항’ 등 아프고 슬픈 작품들이 마음을 흔든다.
한쪽에선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를 기리는가 하면, 또 다른 한쪽에선 관련 시설을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 세월호 참사 ‘기억공간’이 서울 광화문광장을 제외하고 지지부진이다.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조성될 추모공원 ‘4·16 생명안전공원’은 봉안시설 유치를 반대하는 일부 주민 반발로 표류하다 2월말에야 조성계획이 마련됐다. 숨진 단원고 2학년 250명이 다니던 교실을 재현한 ‘기억교실’ 등이 꾸며질 ‘4·16 민주시민교육원’은 9월쯤에야 본격화된다. 팽목항의 ‘기억공간’은 진도군이 항구 확장공사에 걸림돌이 된다며 반대해 조성 자체가 불투명하다.
기억공간은 참사 희생자에 대한 기억을 잊지않기 위한 참회와 다짐의 공간이다. 베를린에 ‘홀로코스트 기념비’를 세우고, 뉴욕에 ‘타이타닉호 침몰사고 추모 공원’을 조성한 것도 같은 이유다. 어찌 세월호 참사를 잊을 수 있겠는가.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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