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좋은 의도, 나쁜 결과

의도가 좋으면 대체로 결과가 좋게 마련이다. 하지만 때로는 아무리 의도가 좋다하더라도 부작용을 초래하거나 나쁜 결과를 낳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최저임금 인상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의 삶을 위한 좋은 의도의 정책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막상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보니 긍정적 반응보다는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자의 볼멘 목소리와 아울러 고용감소라는 역효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19년 8월 시행 예정인 대학 강사법 역시 실시되기도 전에 그런 운명에 처해 있다. 강사법은 대학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해 왔지만 대학 행정에서 철저하게 소외되어 온 강사들의 처우와 신분을 보장하기 위해 8여년의 진통을 거쳐 지난해 말에 국회를 통과했다. 그 주요 내용은 강사에게 대학 교원 지위 부여, 퇴직금과 4대보험 가입 및 방학 중 임금 지불, 3년간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의도의 강사법이 왜 출발하기도 전에 강사들을 더욱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가!

실제로 강사법이 통과된 직후인 2019년 1학기에 많은 대학들은 개설 강의 수를 축소하고 대형 강의를 늘리거나 전임교수 강의 담당 비율을 높인 바 있다. 그 결과 많은 강사들이 자동적으로 일자리를 잃게 됐다. 강사법이 시행되는 2019년 2학기에는 이러한 추세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왜냐하면 대학들은 앞으로 강사를 어떻게 줄일 것이냐에 골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여론은 대학이 부족한 예산 타령을 하면서 강사들을 대학에서 몰아내는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질타의 목소리를 퍼붓는다.

그러나 대학은 나름대로의 고민이 크다. 왜냐하면 지난 10여 년 동안 대학의 등록금이 동결된 결과 대부분의 대학의 재정 상태가 최악의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8월에 강사법이 시행되는 데도 교육부는 아직도 구체적인 시행세칙을 제시하지 않고 대학이 알아서 하라는 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원래 지원하기로 한 재정지원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다. 4차 산업 혁명에 대비한 교육혁신을 준비해야 하는 대학으로서는 수백 명의 강사를 공개채용 해야 하는 새로운 행정적 부담도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며, 교육부가 유권해석을 한 바 있지만 방학 4개월 동안 최소 1개월의 임금으로만 해결이 될지도 모호하고, 강사의 소청심사권이 최대 3년의 계약 시한에 한정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단기적으로는 3주기 평가를 앞두고 장기적으로는 학령인구 급감에 대비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강력한 구조조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대학으로서는 강사법 적용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강사법의 좋은 의도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순조롭게 대학 현실에 안착되어 장기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행 이전에 철저한 준비를 해야 했다. 그런데 사실 지난 8년의 유예기간 동안 대학이나, 교육부, 국회는 이러한 부작용이 예견되는 데도 허송세월을 보냈다.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를 낳기 위해서는 목소리만으로는 안 되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김연권 경기대학교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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