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가 말하는 ‘여행의 이유’

중국서 추방 당했던 일화부터
도망치듯 떠나는 이야기까지
예측 못하는 스토리텔링 담아

▲ 여행의 이유

김영하 작가의 신작 <여행의 이유>(문학동네 刊)가 출간됐다.

책은 작가가 처음 여행을 떠났던 순간부터 최근의 여행까지, 오랜 시간 여행을 하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추방과 멀미’,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오직 현재’,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그림자를 판 사나이’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 ‘노바디의 여행’ ‘여행으로 돌아가다’ 등 총 아홉 개의 이야기로 풀어낸 산문이다.

여행지에서 겪은 경험을 풀어낸 여행담이기보다는, 여행을 중심으로 인간과 글쓰기, 타자와 삶의 의미로 주제가 확장돼 가는 사유의 여행에 가깝다.

이중에서도 ‘추방과 멀미’에서는 2005년 당시, 작가가 집필을 위한 중국 체류 계획을 세우고 중국으로 떠났으나 입국을 거부당하고 추방당했던 일화로 시작한다. 누구에게든 흔치 않은 경험일 추방으로부터 뻗어나가는 작가의 이야기는,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목적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애초 품었던 여행의 목적이 여행 도중 발생하는 우연한 사건들로 미묘하게 수정되거나 예상치 못했던 무언가를 목적 대신 얻게 되는 경험, 작가는 이것이 이야기의 가장 오래된 형식인 여행기가 지닌 기본 구조이며 인생의 여정과도 닮았기에 사람들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모험 소설과 여행기를 좋아해왔다고 말한다.

이어지는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는 제목이 암시하듯, 일상과 가족, 인간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피로로부터 도망치듯 떠나는 여행에 관해 다룬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에서는 작가만의 감각적 사유와 화법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즐겁고 유쾌하게만 보이는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에 대한 색다른 인문학적 통찰이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김영하 스토리텔링의 힘을 느낄 수 있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에서는 공동체로부터 소외되어 떠도는 자들의 쓸쓸한 숙명과 그로부터 그들이 벗어날 반전이 있는 해법이 담겼고,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은 여행의 또다른 기쁨인 타지에서 경험하는 환대에 대한 글이다. 1968년 12월 24일 아폴로 8호가 찍은 지구돋이Earthrise 사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글은 인류 모두가 지구 위의 승객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타자에 대한 환대 때문임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값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여행의 이유’를 캐다보니 삶과 글쓰기, 타자에 대한 생각들로 이어졌다. 여행이 내 인생이었고, 인생이 곧 여행이었다”면서 “우리는 모두 여행자이며, 타인의 신뢰와 환대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그것이 이 지구에 잠깐 머물다 떠나는 여행자들이 서로에게 해왔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일”이라고 말했다. 값 1만3천500원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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