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산불과 통계

재난이 일어나면 걱정과 우려 그리고 미담이 함께 떠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전봇대에 발화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퍼졌고, 멀리서 텔레비전을 보는 국민들의 속도 바싹 태웠다. 바람을 타고 넘나드는 산불을 잡기위해 산불특수진화대와 관내 소방관들이 고전분투를 하는 동안 새로 난 고속도로를 타고 전국에서 소방관들이 모여들었다. 시민들도 양동이를 들고 나섰다. 그런 덕분에 최단 시간에 불길을 잡았다.

또한 야식 배달원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잠든 주민들을 깨웠고 병원 직원들은 부족한 구급차 대신 개인차로 불길을 피해 환자를 이송했고 식당에서는 이재민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했다. 다행히 단비가 내려 재발화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고 강원도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하지만 산불로 인한 피해면적은 예상보다 더 넓었고 산불이 나기 전으로 숲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최소 30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쓸어내렸던 가슴이 다시 꽉 막힌다. 홍수나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와 달리 산불은 인간의 잘못으로 일어난 인재인 경우가 다수다. 올 초에 발간된 2018년 산불통계연보를 보면 산불의 주원인은 입산자실화(32%), 쓰레기와 논밭두렁 소각(26%) 순으로 나타났다. 불조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 같다.

통계청의 사회지표를 보면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소방공무원은 4만8천명 정도이고 소방관 1인당 1천91명의 주민을 담당하고 있다. 강원도는 533명으로 소방관 1인당 담당하는 주민의 수가 전국 광역지자체 중 가장 적다. 수치만 본다면 소방업무의 강도는 높지 않고 화재에 조기대응이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관할면적을 감안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작년 강원도에서 발생한 대형산불 2건은 전국 피해면적의 75%를 차지했고 그 만큼의 재산상의 피해를 가져왔다.

산불은 봄철에 62%가 발생하고 피해면적의 81%가 집중된다고 한다. 지역적이고 계절성을 띄는 대형산불의 예방과 초기 진화를 위해는 이번에 경험했던 것처럼 국가차원의 재난대응시스템을 가동해야한다. 지방분권이라는 명제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국가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도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사회지표의 창시자 중 한 명인 레이몬드 바우어는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가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평가할 수 있는 통계, 통계계열 및 다른 형태의 모든 증거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재난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도 명확한 증거기반의 정책을 통해서 씻어내야 할 것이다.

손영태 경인지방통계청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