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세상사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태반이 홀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이 사람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고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 일을 도모한다고 하면 본인 스스로의 판단과 계산 그리고 선택에 인사를 맡기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른 흥망성쇠는 또한 본인 스스로 누리거나 짊어지면 될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들 각자는 출렁이는 운명의 바다 위에 인생이라는 배를 띄우고 살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대표적인 정치적 운명공동체인 국가가 출범하고 국가의 번영과 국민의 행복을 지향점으로 지금 여기까지 발전해온 우리의 공적 영역에서 인사를 생각하면 상황은 자못 달라진다. 정당한 정치적 승리의 대가로 일정 기간 정권을 위임받은 입장이 되면 국정을 위한 새롭고 다양한 생각이 밀려와 밤잠을 이루지 못해도 행복한 순간도 있겠지만 그 많은 국가의 영역을 나누어 맡길 사람을 고르고 고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경각심을 가지고 주변을 살피는 것이 저 위의 높은 곳에서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의 당연한 마음가짐이라고 할 것이다. 그것이 주인인 국민의 신임을 유지하고 주인에게 책임을 다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연일 나라의 고위직 인사 문제로 시끄럽다. 국회의 인사청문회는 한동안 좋은 제도로 칭송되더니 이제는 무용론이 나오고도 있다. 한쪽에서는 도무지 적임자가 아니라며 반대하는데도 다른 한쪽에서는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강행의 태도이다. 인사와 관련하여 국민의 눈높이라는 그 좋은 말이 나온 지도 오래된 터라 입장 차가 없어야 될 것도 같은 데 입장 차가 이렇게 크다 보니 국민의 눈높이라는 말은 어두운 밤의 선글라스처럼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볼품없이 초라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인사는 나라의 윗사람에게 달린 것인지라 국민의 눈높이를 바라보는 윗사람의 비뚤어지지 않은 관점이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된다. 그러기에 윗사람들은 인사가 가지는 무게를 정확히 가늠할 수 있는 마음의 저울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마음의 저울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자기 안에 있는 주관적인 눈금자보다는 자기 밖에 있는 객관적인 눈금자에 눈과 귀가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동떨어진 관점이 도를 넘어 상관견관 위화백단(上官犬觀 爲禍百端)이라는 말이 나오는 지경에 이르지 않기를 바라면서 지는 자세로 마음의 저울을 손질하는 것도 윗사람으로서는 편하게 선택할 수 있는 일임을 고하게 된다.
황태영 용인정신병원 의사 진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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