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특수학급의 야구감독이다. 나는 특수학급이라는 팀을 조율하고 이끌어가는 사람이다.
우리 팀은 팀원 간의 결속력이 떨어져 있고 선수 간의 실력 격차도 많이 나고 경기에 나가면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는 일들이 번번하고 사사구가 자주 일어나 대량실점으로 연결되며 대패를 하는 일이 많은 팀이다.
내가 이 팀의 감독을 처음 맡을 때에는 내가 선수였던 시절을 떠올리면 선수의 장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내가 주장하는 훈련 스타일로 계속 가르쳤다. 그런데 선수가 내 훈련을 못 따라오는 것에 나는 화가 나고 많이 혼냈다.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왜냐하면 선수마다 훈련스타일을 다르게 해 선수의 기량을 최대로 뽑아내주는 것이 감독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르쳤던 한 선수는 내가 시켰던 훈련에 흥미를 잃고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해했다. 훈련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하며 훈련에 흥미를 갖지 못하고 다른 선수에게 훈련시간에 말을 시키고 다른 것에 관심을 두는 일이 많았다.
나는 이 선수에게 어떤 것이 필요할까 고민했다. 내가 정답이라고 할 수 없지만 다양한 방법의 훈련 스타일을 적용해보니 이 선수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훈련 방법을 찾아냈다.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 캐릭터나 동물을 이용해 훈련을 실시했다. 확실히 다른 때보다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훈련시간이 지루한 것이 아니라 흥미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그때의 나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고 변화하는 선수를 볼 수 있었다.
한 번은 선수가 크게 다쳐 놀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엄청 당황해서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내 머리 속을 지배해서 나는 제대로 대처 못하고 놀란 마음에 ‘괜찮아’라는 말을 수백 번 읊조린 것 같다. 선수가 더 놀랐을 마음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보는 나보다 선수가 더 놀랐고 아프고 고통스러웠을 텐데 초보감독 티를 내고 있던 것 같다. 지금은 이러한 상황이 일어난 것을 파악하고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감독이 된 것 같다. 경험이 나를 프로야구감독은 아직 멀었지만 2군 리그 야구감독으로 이끌어준 것 같다. 그래도 아직 내가 선수를 다 이해할 수 없지만 내 나름대로 선수를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술을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것 같다. 지금은 선수들을 잘 살피며 즐겁게 훈련하고 있다.
“끝나기 전까지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미국 프로야구선수 요기 베라가 한 말입니다. 야구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8회까지 지더라도 아직 9회가 나에게 남아있다. 역전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나는 끝까지 포기 않고 이길 각오로 할 것이다.
사실 감독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구단(교육청이나 학교), 선수, 선수지원단(학생의 가족이나 지인 등)의 도움으로 나는 이끌어가는 것이다. 구단의 적절한 지원, 감독에 신뢰를 보내는 선수, 선수들을 향한 아낌없는 지원단 그리고 팬(학생이 속해있는 구성원들, 통합학급친구, 선생님, 전교생, 국민들)이 있기에 이 팀이 이뤄졌고 내가 이끌고 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팬들의 관심이 중요하다 팬들이 하나가 돼 선수들과 경기를 이끌어 갈 때 승리에 더 가까워지고 팬들의 사랑으로 선수는 힘을 내고 성장한다. 물론 팬들의 무관심, 비난 속에 상처도 받지만 팬들과 함께 하는 경기 순간만큼은 팬도 우리 팀이다.
모든 감독들은 쓰라린 역전패를 당하면서 앞으로도 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겁니다. 거장이나 명장이 아닌 신임감독들이 펼치는 승부를 보면 감독은 실수도 합니다. 특수학급이라는 팀을 이끌어가는 모든 감독님들(선생님들) 힘내세요. 여러분의 선수들이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될 것이며 그 선수를 이끈 멋진 명장이 되길 바랍니다.
이지희 포천 영중초 특수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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