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한국당은 독재의 후예?

“한국당은 4·19 혁명 때 국민에 총을 쏜 정권의 후신으로, 아직도 그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치폭력을 자행하고 있다”, “군부의 전신 입에서 독재타도란 말이 나오느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한국당을 비난하면서 나온 말들이다. 이 두 발언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지금 현재의 정치행태를 비판하는 데, 과거 역사를 들고 나온다는 점이다. 즉 한국당의 역사는 이승만 정권까지 올라가며, 이들의 ‘정치적 조상’들이 쿠데타를 하고 독재를 했기에 그들은 어떤 말을 해서도 안 된다는 식이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연좌제적 발상은 아닌지 하는 점이다. 지금 자유한국당 의원들 중에, 과거 이승만 정권에 협조했거나, 박정희전두환 정권에 협조한 사람은 거의 없다. 연령상으로 볼 때 가능하지도 않다. 한마디로 구 공화당계라든지 민정계는 지금 정치를 할 수 있는 연령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또, 전두환 정권하에서 초임 검사 시절을 보냈다고 해서, 독재 정권에 협조했다고는 보기도 힘들다. 오히려 지금 자유한국당 내에는 과거 상도동계라고 불릴 수 있는 인사들이 있다.

상도동계라 함은,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인데, 김무성 전 대표와 김태호 전 지사와 같은 인물들이 대표적인 상도동계 출신들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홍준표 전 대표 역시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발탁한 인물이다. 김문수 전 지사 역시 노동운동의 상징적 존재였다. 무엇보다도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의해 정치를 시작한 인물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통일민주당을 이끌던 김영삼 당시 총재의 공천을 받아 제13대 총선에 출마하여 부산 동구에서 당선되며 정치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런 점을 놓고 보면, 현재의 자유한국당 구성원들을 ‘독재 정권의 후예’라고 부를만한 합리적 근거는 많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근거를 굳이 들먹일 필요도 없다. 연좌제는 없어져야 할 존재이기 때문이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말했다. 이 언급 속에는 정치는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현실에 충실해야 하는 정치에, 자꾸 과거를 들먹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 과거에 당신들이 그랬으니, 혹은 당신들의 ‘정치적 조상’들이 그랬으니, 당신들은 그런 말 할 자격이 없다는 식의 주장은, 지금 당면한 정치적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질 못한다. 더구나 집권당은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해야지 상대를 비방하며 자꾸 과거를 끌어들이려 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이 충실해야 할 대상은 바로 ‘현재’인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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