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김호연의 신작 장편소설 <파우스터>(위즈덤하우스刊)가 출간됐다.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묵시록적인 조종과 감시, 젊음과 노욕이 충돌하는 현실을 은유하며 숨 가쁘게 펼쳐지는 장편 엔터테인먼트 스릴러다.
노인들이 거액의 돈을 지불하면 각자가 원하는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을 선택해 그들의 인생을 조종하며 대리만족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회를 그린다. 이들의 관계는 파우스터와 메피스토 시스템이라는 지하시장에서 거래된다. 누군가를 감시하고 조종하는 것을 즐기는 늙은 권력자의 욕망은 끝까지 타오르고, 이에 맞서는 청년의 저항 또한 필사적으로 펼쳐진다. 이 작품은 세대전쟁이 심각해지는 현 사회에서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 알게 모르게 다음 세대를 착취하는 권력자들의 탐욕을 고발한다. 이와 동시에 일그러진 관음의 욕망으로 점철된 한국 사회의 현실을 그린다.
소설의 설정부터 강렬한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거대한 시스템의 음모 속에서도 꿈틀대는 인간의 자율의지와 개인의 의미를 깊숙하게 파고든다는 평이다.
‘파우스터’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김호연 작가는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이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괴테가 죽기 1년 전 82세에 발표한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자신의 영혼을 파는 대신 젊은 육체와 쾌락을 선사받은 늙은 학자 파우스트의 번뇌와 구원을 담은 작품이다. 김호연 작가는 이 소설을 다시 읽으며 한국 사회의 시대적 분위기와 맞물려 묵시록적인 상상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김 작가는 전작 <고스트라이터즈>부터 권력의 자장 안에서도 개인의 자유와 존재감을 잠식당하지 않으려 고군분투하는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전작이 작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됐다면, 이번 작품은 한국사회를 이끌어가는 최상위 권력층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의식에서 시작된다. 값 1만6천800원
허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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