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필자는 비디오카메라를 이용하여 주요 가족 행사 때에 촬영하는 취미가 있다. 결혼식할 때 비디오카메라를 구입하여 신혼여행에 가지고 가서 촬영하는 것을 시초로 매 가족행사 때마다 촬영을 해왔다. 그리고 시간이 한가할 땐 가끔 컴퓨터에 저장된 동영상들을 보곤 한다.

작년 은혼식 기념으로 이탈리아에 부부여행을 갔다. 베네치아에 산마르코 광장이 있는데, 여기에는 1720년에 문을 열어 나폴레옹, 괴테, 바이런 등이 단골이었다는 카페가 있다. 내외부에 테이블이 있고 작은 음악회처럼 연주가 울려 퍼지는 곳이다. 아내가 동행한 친한 부부와 테이블에서 음료와 음악을 즐기고 싶어 하는 것을 비용이 비싸서 테이크아웃으로 그늘에 앉아 음료를 마신 적이 있다. 그때 찍은 동영상을 보면 일생에 몇 번이나 이런 여행 기회가 올까 하는 마음에 공연히 후회가 된다. 그때 그 카페에서 음식을 시키고 앉아서 음악감상을 즐겼으면 아내가 더 행복해 했을 텐데 하는 후회가 동영상을 볼 때마다 생각난다.

아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아파트 공터에서 자전거 타는 영상을 찍은 것이 있다. 이때 아들이 킥보드를 사달라고 조른 적이 있다. 그때 당시 매스컴에서 아이들이 정형외과에 골절되어 많이 병원 오는 이유가 킥보드 때문이라는 말에 아이를 설득하여 사주지 않았다. 자전거 타는 동영상을 볼 때마다 그때 그냥 사줄 걸 하는 후회가 된다. 후회되는 건 딸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도 있었다. 대형마트에 쇼핑을 가면 우리 딸이 장난감 코너에서 항상 지나가지 못하고 쳐다보는 장난감이 있었다. 핸드폰 장난감이었는데 말소리와 벨소리도 나오는 모양이 최신식인 핸드폰 장난감이었다. 장난감 가격이 상대적으로 너무 비싼 것이어서 사줄까 말까 고민하다 아이가 다 커버려 사주지 않게 되었다. 컴퓨터에 저장된 동영상을 보고 지난 일을 생각하면 몇 가지 꼭 후회가 되는 것들이 있다.

주자십회훈은 송(宋)나라의 거유(巨儒) 주자(주희:朱熹)가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하기 쉬운 후회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열 가지를 뽑아 제시한 것이다. 첫째, 불효부모사후회(不孝父母死後悔)는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뒤에 뉘우친다는 말이고, 둘째, 불친가족소후회(不親家族疏後悔)는 가족에게 친하게 대하지 않으면 멀어진 뒤에 뉘우친다는 뜻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주자십회훈의 가르침대로 부모와 가족을 생각해 볼 때다. 아이들이 자랄 때는 때때로 꼭 필요한 경험들이 필요한 것 같다. 물론 부모님들에게도 돌아가시기 전에 혹은 더 늙기 전에 꼭 필요한 우리들의 추억이 필요한 것 같다. 살면서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의 경중은 지나봐야 알겠지만 필자처럼 후회하지 않길 바란다.

최인호 김포대학교 정보통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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