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구 없는 마약의 늪] 2. 가고 싶어도 못가는 병원

신분 노출·처벌 우려… 병원 찾는 중독자 年 평균 8명 그쳐

경기도내 마약치료보호지정병원에서 치료받는 마약중독자가 연평균 8명 수준에 그치는 가운데, 마약중독자들은 ‘신분 노출’에 따른 처벌이 우려돼 병원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지자체가 마약중독자들을 위한 치료비 지원과정에서 신상정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절차가 오히려 마약중독자들을 음지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현행법을 보면 지난 1999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됨에 따라 의료인은 마약중독자를 치료해도 지자체 등에 신고할 의무가 없어졌다. 이전까지는 마약중독자 진단 시 환자의 성명ㆍ주소ㆍ연령 등 일정사항을 시ㆍ도지사에 신고해야만 했는데 이에 대한 의무가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20년이 넘도록 이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마약중독자들은 여전히 병원 치료를 기피하는 상황이다. 개인정보가 새어나가 수사당국으로부터 처벌받게 될 우려를 감수하면서까지 마약중독 치료를 받아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셈이다.

실제 마약중독치료 일선 현장에 있는 이들은 “마약중독자들은 ‘범죄자’나 ‘처벌대상’이 된다는 생각 때문에 치료재활을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경기도 내 한 마약치료보호지정병원 관계자는 “마약중독자들은 스스로 자신이 중독됐음을 인정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를 자각해 치료에 나서려는 사람도 있지만 ‘병원에 경찰이 오면 어떡하느냐’는 등의 생각을 갖고 있어 치료를 포기하는 것도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진행하는 ‘마약류중독자 치료보호비 지원사업’ 역시 있으나마나다.

보건복지부와 지자체는 2008년부터 기소유예부 검찰의뢰 마약사범 또는 자의 치료보호 신청자를 대상으로 국비와 지방비를 50%씩 분담해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 과정 중 특히 자의 치료보호 신청자의 신상정보가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현재 절차는 병원이 지자체에 지원금을 신청할 경우 치료보호 신청자의 성명ㆍ성별ㆍ연령 등이 지자체 치료보호심사위원회에 고스란히 전달되는 식이다. 이 심사위에는 지자체 관계자는 물론 마약 관련 전문가 등 민간인도 속해있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 2016년까지 심사위 안에 검찰 관계자가 포함, ‘신상 유출’ 논란이 불거져 제외되기도 했다.

결국 마약중독자들은 수십 년 전 이미 법적으로 신상보호를 보장받았음에도 최근까지 치료비를 받기 위해서는 신상정보를 타인에게 공개해야 하는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신분 노출 걱정에 자비를 들여 치료하거나 치료를 안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대상자의 기본 정보를 알아야 지원금을 줄 수 있다”며 “다만 심의위에서 오간 내용은 절대 공개되지 않으며 개개인별 서면심의를 따로 진행하는 만큼 안심해도 된다”고 밝혔다.

양휘모ㆍ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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