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아파트 경비실 에어컨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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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아파트 경비실의 냉ㆍ난방기 설치율이 64%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가 지난달 아파트 노동환경 실태조사 차원에서 총 2천187개 아파트 단지의 경비실(총 8천763개) 냉ㆍ난방기와 휴게실 설치 실태를 처음 전수조사 했는데 10곳 중 4곳에 냉ㆍ난방기가 설치되지 않았다. 설치가 안 된 이유는 주로 주민 및 동대표의 반대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2년 전 한 아파트의 일부 주민들이 아파트 경비실 에어컨 설치에 반대한다는 전단을 뿌려 온라인에 퍼진 적이 있다. ‘경비실에 에어컨 설치를 반대합시다’라는 제목의 전단에는 에어컨 설치 반대 이유가 5가지 적혀 있었다. ‘매달 관리비가 죽을 때까지 올라간다’ ‘공기가 오염된다’ ‘공기가 오염되면 수명이 단축된다’ ‘지구가 뜨거워지면 짜증이 나 주민 화합이 안 된다’ ‘우리보다 더 큰 아파트 경비실에도 에어컨이 없다’. 황당한 반대 이유에 많은 사람들이 비난을 퍼부었지만, 아직도 여전히 에어컨 없는 경비실이 많다.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했던 작년 한 해 온열질환자가 모두 4천526명 발생했고 이중 48명이 사망했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철 기온 역시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에어컨 없는 경비실에선 벌써부터 올여름 폭염을 걱정한다. 경비원들은 특히 폭염에 취약한 고령자 비율이 높아 노동환경과 인권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경기도는 경비원과 미화원의 쉼터환경 개선을 위해 경기도시공사에서 시행하는 33개 공동주택 단지에 냉ㆍ난방시설을 갖춘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경기도시공사가 시행하거나 계획 중인 아파트는 현재 24개 단지 1만6천414가구, 입주가 끝난 아파트는 9개 단지 3천444가구로 이 모든 아파트에 에어컨 등을 설치한 휴게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해 10월 ‘아파트 청소원ㆍ경비원분들께 쾌적함을 선물하겠다’며 경기도시공사 시행 아파트에 휴게시설을 약속한 것에 따른 것이다.

정부가 앞으로 아파트를 지을 때 건축 단계에서부터 경비원과 미화원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반드시 마련하도록 의무화했다. 사실상 입주민이 휴게시설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기도는 정부 방침과 관련, “경기도에서 시작한 작은 배려가 이제 전국 아파트로 확대된다”며 환영했다. 경기도가 추진한 현장노동자들의 근무환경 개선 노력이 정부 정책으로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경비원이나 청소원도 존중받아야 할 우리 이웃이다. 에어컨 없는 아파트에 올해는 ‘경비실에 에어컨 한대 놔드리자’는 작은 운동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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