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며 자라나는 어린이들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저 아이들이 자라서 어떤 사람이 될까 무척 궁금할 때가 많다. 그러나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이 질문이 아이들에게는 여러 가지 면에서 곤혹스러운 것 같다. 자신이 뭐가 되고 싶은지는 사실 어른들에게도 버거운 질문이다. 미래에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자신에게 물어보자. 머릿속에 답이 떠올랐다면 누군가에게 말해보자. 사실 어른들조차 앞으로 어떤 것을 이루고 싶은지 명확한 답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어서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하거나, 뭔가 어렴풋한 답을 찾았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쑥스러운 마음이 드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우리는 그런 난해한 질문을 어린 자녀들에게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식으로든 답을 해내는 어린 학생들을 보면 대견스럽고, 수없이 되풀이되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답을 찾았을까 생각하며 안쓰럽기까지 하다. 사실 아이들이 어떠한 답을 하던 별로 무게를 두지는 않는다. 수능시험을 치르고 진학할 대학과 학과를 고민하고 있는 수험생이라면 다른 이야기겠지만, 초등학생이 어떤 답을 한다 한들 아이들이 세상에 대해서 아는 바가 한정돼 있고 어른이 되기까지 남아있는 시간도 너무 길어서 그 답변을 아주 진지하게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다양한 답변을 들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의 꿈이 뭔지 묻는 질문에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유독 자신감 없어 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도 계속 물어보면 툭 던지듯 대답을 하는데 그러한 답변이 주로 유튜버, 연예인, 축구선수, 가게 주인 이러한 본인들이 생각하기에 공부를 못해도 할 수 직업을 이야기한다. 한번은 경찰이 되겠다는 아이가 있어서 “그러면 공부 열심히 해야겠네”라고 별 생각 없이 대꾸했더니 깜짝 놀라며 “도둑 잡는데 공부를 잘 해야 되요?”하고 되물었다. 그리고 이해할만한 정도로 경찰이 되기 위한 과정과 왜 공부를 잘해야 하는지 설명을 해주니 꿈을 바꾸겠단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다시 같은 질문을 던졌더니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사실 그 학생이 축구를 아주 잘하지도, 축구를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다는 것은 본인도 알고 나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축구선수라는 대답을 했을까? 그것은 그 학생이 찾아낸 당혹스러운 반론을 받지 않을 안전한 답변이었으리라. 만약 꿈이 의사라고 답변을 했다면 어떤 반응이 뒤따르겠는가? 꿈이 없다고 말했다면 어떤 말을 듣게 될까? 아이들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결국 안전한 답을 찾게 된다. 어른들의 잔소리를 피할 수 있는 안전한 답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그래서 각 교실마다 장래희망이 축구선수나 유튜버라고 하는 학생들이 넘쳐나는 것이 아닐까?

당신에게도 축구선수가 꿈이라고 하는 아들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장 자녀에게 가서 축구선수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험난한 길이 기다리고 있는지 확률과 통계 그리고 변증법적 논리를 총동원해서 기선제압을 한 뒤 진짜 꿈이 뭔지 집요하게 물어보라. 그러면 아이는 더욱 창의적인 답변을 준비하게 될 것이다.

커서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한 학생이 있었다. 원래는 의사가 꿈이었다가, 공부에 대한 압박으로 꿈이 가게 주인이 되었다가, 보증금이 얼마나 비싸며 자영업의 미래가 얼마나 어두운지에 대해 운운하며 부모님이 핀잔을 주자 현재의 답변인 어른에 이르게 된 것이다. 아이가 자신만의 꿈을 품고 자라게 하고 싶다면 머리 아픈 질문 대신에 차라리 이런 질문을 해보자. “뭐 먹고 싶니?”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자라나는 아이는 반드시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소년으로 자라난다.

김명수 화성 대양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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