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가난으로 교육 조차 차별받는 아이들

초점을 잃은 눈동자, 뼈밖에 남지 않은 앙상한 몸, 풀죽으로 겨우 한 끼를 때우는 여느 빈민국 아동들의 사례들을 우리는 아직도 TV 광고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접하고 있다. 감사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같이 절대빈곤선에 놓인 아이들을 이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또 다른 국면으로 ‘상대적 빈곤’을 이유로 차별을 받는 아이들이 있다.

“학교 수업만으로는 따라가기가 힘들더라고요. 다른 친구들처럼 추가 교육을 통해 부족한 과목의 실력을 보충하고 싶은데, 맞벌이로 힘들에 일하시는 부모님께 더 이상 짐을 지워드릴 수 없어 말 못하고 혼자 참을 때가 많아요.”

재개발로 인해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한 지역에 거주하는 민수(가명)의 이야기다. 진로를 결정해야 할 중요한 청소년기에 아이는 자신보다 부모를 걱정하며 꿈을 축소한다. 부모 또한 아이의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원하는 대로 더 많은 기회를 안겨주고 싶으나 주머니 사정이 뻔하다. 일용직으로 벌어들이는 임금이나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 추가 학습비를 마련하기에는 형편이 녹록치 않다. 때문에 민수와 같이 교육 빈곤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들은 원하는 길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다.

빈곤율은 교육수준에 따라 격차를 보인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초졸 이하, 중졸, 고졸, 대졸 이상 순으로 빈곤율이 높게 나타났다. 대졸 이상의 빈곤율이 9.2%에 그치는 반면, 초졸 이하의 경우 그의 3배 이상인 30%를 웃돈다. 즉, 아이 한 명이 교육의 기회를 상실할 때 우리 사회의 빈곤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 진학만이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우리 아이들에게 교육만큼은 소외 없이 평등한 기회를 제공해 주자는 것이다. 추가 교육 혜택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은퇴자들을 방과 후 교사로 양성해 학교 차원에서 맞춤 교육을 제공해 주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육복지사업을 실시하는 민간기관 위탁을 통해 인터넷 강의 등 추가 교육을 제공할 수도 있다. 공교육만으로 교육 빈곤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의 니즈를 해소할 수 없다면, 대안을 찾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 5월 가정의 달, 차별 없는 교육복지로 아이들이 내일을 향해 마음껏 달릴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

이종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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